최대 490일 걸리던 신의료기기 시장 진입, 80일로 단축한다

정종훈 2024. 9. 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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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대구에서 열린 '2024 메디엑스포 코리아'에서 외국 바이어들이 의료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그동안 '규제 허들'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혁신적 신의료기기 허가 절차를 줄여 3년간 시장에서 먼저 사용한 뒤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 개편이 추진된다.

정부는 이러한 신의료기기 시장진입 절차 개선안을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공개했다. 이 공청회는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고,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이 주최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신의료기기를 의료 현장에서 빠르게 쓸 수 있도록 평가 유예 등 제도 개선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공지능(AI) 활용 등 새로운 의료기기 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고 시장에 좀 더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신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의료기기 인허가-신기술 여부 확인-신의료기술평가-건보 등재’ 등 4단계에 걸쳐 최대 490일이 필요하다.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 허들을 넘어야 사용이 가능하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각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굉장히 길어 1000일 이상 걸리는 사례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의료기기 업체 희망시 인허가와 신기술 여부 확인을 동시에 진행해 80일 내로 마무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과한 신의료기기는 3년간 비급여로 사용하는 식으로 시장 '선진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임상 자료를 모아서 신의료기술평가, 건보 적용 심사를 일괄 진행한다. 그 후 급여·비급여 여부를 결정해 시장에서 계속 쓸 수 있게 한다.

오상윤 과장은 “충분한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중간 절차와 행정규제를 개선해 새 의료기기가 보다 신속하게 환자에게 활용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산업계도 시장 선진입 기간을 확보해 충분한 임상 근거를 얻을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시장에 선진입할 수 있는 신의료기기 대상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혁신적인 신기술이 적용된 디지털치료기기나 AI 적용 진단보조기기, 체외진단기기 등이 먼저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성홍모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선진입 대상은 산업계·의료계 의견 수렴과 정부 회의를 거쳐 공고할 계획이다. 최소한 반기에 한 번씩 정기 업데이트하면서 (대상) 품목을 늘리다가 전면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진 데 따른 부작용에 대비해 안전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시장 선진입을 희망하는 신의료기기의 초기 허가 과정에서 임상평가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엔 업체가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 중심으로 평가했다면, 앞으론 임상경험, 국내·외 문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기 대상 질환, 사용방법 등도 구체적으로 정한 뒤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

시장에 진입한 의료기기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 직권으로 의료기술평가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환자에 사용하다 사고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안을 두고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권준명 메디컬에이아이 대표는 "엄격한 인허가를 거쳐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공감한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서 한국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신의료기기가 시장에 즉시 투입되면 소비자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할지 의문이 든다"면서 "의료기기 효능과 안전성, 부작용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교육 기회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청회 의견 등을 반영해 제도 개선안을 올해 안에 확정할 계획이다. 실제 시행 시점은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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