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가격 받아볼 때마다 놀라”…한국보다 얼마나 싸길래
"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내린다고 해서, 배터리 충전소 몇 개 더 생긴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일 수 있다.”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컨퍼런스 ‘KABC 2024’ 주제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 회장은 “저렴한 배터리가 필요한데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보급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캐즘에 대응한다면, 생각보다 캐즘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내년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극복하고 반등해 배터리 시장도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강 회장은 상대적으로 비관적으로 시장을 전망한 것이다.
강 회장은 “중국과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1990년대 배터리(2차 전지) 시장 1위였던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처음 개발한 일본은 1990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98%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중국에 차례로 밀리며 14%까지 떨어졌다. 강 회장은 “(중국이 주로 생산하는 저렴한 배터리인) LFP(리튬인산철)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한국이 중국에 당하고 있는데, 2010년대에 한국에 역전당한 일본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경쟁력은 이날 컨퍼런스 발표자 대부분이 언급했다. KABC를 개최한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의 김광주 대표는 “중국에는 캐즘이 없다”며 “우리가 말하는 위기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역으로 중국을 벤치마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LFP와 NCM 가격 격차, 더 벌어져
김 대표는 다만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7년까지는 증가하지만 이후 2030년까진 중국 자국 전기차 시장 포화의 영향으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기자와 만나 “지금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빨리 LFP 생산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2030년부터는 가격 경쟁력이 아닌 차세대 배터리라는 새로운 판이 열릴 것인데, 현재 기준으로 차세대 배터리는 한국이 앞서고 있다”고 했다.
KABC에는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의 존 권 글로벌 법무·전략 부문 최고책임자도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우리는 LFP 배터리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더 저렴하고 안전하며 최근 출시된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갈 수 있고, 10분 만에 주행거리 600㎞를 충전할 수 있다”며 “그래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방해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우리의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최고책임자는 “유럽이 ‘핵심원자재법’을 도입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CATL이 한국 기업과 협업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했다.
이날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중국과 차별화하는 고품질 배터리 기술력을 강조했다. 그는 “중저가 제품, LFP 배터리 등은 좀 늦은 상황이기는 하다”고 인정하면서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지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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