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없는 삼성의 가을야구, 정말 현실이 되나
[이준목 기자]
▲ 8월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삼성 오승환이 연장 11회말에 투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오승환은 지난 23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전날인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9회 9-2로 앞선 상황에 등판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한 안타 4개를 맞고 무려 6실점을 허용한 직후 내려진 삼성 코칭스태프의 결정이었다.
소속팀 삼성은 최근 2위로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리그 우승팀 기아 타이거즈에 이어 두 번째이자, 2021년 이후 3년 만의 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오승환만큼은 행복한 하루가 되지 못했다.
박진만 감독은 당시 키움전에서 9회에 무려 7점차를 리드하는데도 굳이 오승환을 등판시켰다.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점수차가 여유있는 상황에서 부담없이 오승환의 구위를 점검하려는 듯했다.
그러나 오승환은 코칭스태프가 배려한 마지막 기회마저 살리지 못했다. 결국 삼성은 이날 기용할 계획이 없었던 주전 마무리 김재윤까지 다급하게 투입한 끝에 간신히 1점차(9-8) 신승을 지키며 한숨을 돌렸다.
물론 앞서 르윈 디아즈의 실책이 빌미가 된 탓에 공식적으로는 오승환의 자책점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1이닝을 막지 못해 6실점이나 내준 것은 투수의 책임이 컸다.
결국 박 감독은 다음날 오승환을 2군으로 보내며 "현재 구위로는 1이닝 정도도 쉽지 않다"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아직 잔여 경기가 남아있음에도 팀내 레전드 베테랑 투수에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고 아예 2군으로 내렸다는 것은, 포스트시즌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22년 '13연패 악몽'보다 부진하다는 평가도
오승환은 올시즌 58경기에 등판해 3승 27세이브(2위)를 기록했으나 자책점이 무려 4.91에 이른다. 2009시즌 기록한 자신의 커리어로우 평균자책점(4.83) 기록을 뛰어넘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피안타율이 무려 3할 2푼 1리에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69까지 치솟았다. 블론세이브 8개는 올시즌 전체 1위이며, 9패도 오승환의 커리어 단일시즌 최다패 기록이다.
오승환은 6월 중순까지만 해도 구원투수 중 가장 먼저 2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평균자책점 1.67를 기록하는 등 여전한 위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부진에 빠지며 7월에 1승2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12.15, 8월 1승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50으로 난조를 보였고 결국 마무리 자리를 김재윤에게 내줬다. 이미 8월에도 2군에 내려갔다가 구위 조정을 마치고 복귀했지만 중간계투로 보직을 변경한 이후에도 9월에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6.00으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8월 11일 기아전을 끝으로 무려 한 달 넘게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한 오승환은, 이미 구원왕을 기아 정해영에게 내준데다, 이번 2군행으로 4년 연속 30세이브 기록도 좌절됐다.
현재 오승환의 구위는 13연패의 악몽에 시달렸던 2022년보다도 훨씬 더 부진하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42세로 어느덧 최고령 투수가 된 오승환의 노쇠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구속 하락을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오승환의 활용 여부는 포스트시즌까지도 삼성의 고민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은 원태인(15승 6패 자책점 3.66)-구자욱( 33홈런 115타점 타율 0.344)을 중심으로 탄탄한 선발진과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유일한 고민은 불펜의 안정감이다. 삼성은 팀 평균자책점 2위(4.63), 홀드 1위(113개), 세이브 2위(40개)를 기록하며 전반적인 수치는 우수하지만, 한편으로 블론세이브도 무려 25회나 된다. 일단 김재윤이 후반기 마무리로 낙점받았지만 4승 8패 10세이브 자책점 4.15, 블론세이브 5개라는 성적에서 보듯 확실히 검증된 카드라고 할 수는 없다. 마무리 경험이 있는 또 다른 투수인 임창민은 2승 1패 1세이브 28홀드 자책점 3.98을 기록중이다.
필승조에서 후반기 가장 좋은 구위를 보이던 최지광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것도 치명타였다. 올시즌 초 광배근 부상으로 6월에야 1군에 합류했던 최지광은 35경기에서 3승 2패 7홀드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후반기 삼성의 불펜 필승조로 맹활약했다. 출장한 기간은 짧았지만 8월 이후 구위만 놓고보면 팀내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였던 최지광을 잃은 것은 가을야구를 앞둔 삼성에게는 오승환의 부진만큼이나 뼈아픈 상황이었다.
정규시즌과는 또 다르게,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1-2점차 승부에서 지키는 야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올해의 삼성은 2010년대 전성기 시절에 비교하면 박빙의 승부에서 리드한 경기를 끝까지 지켜낼수 있다는 안정감은 부족해보인다.
오승환을 넣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삼성으로서는 현재로서 오승환의 부활을 장담하기 어려운 가운데, 오승환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넣어도 고민, 제외해도 고민일수 밖에 없다. 그동안 오승환은 한국시리즈에만 통산 6번이나 출전해 22경기 1승 1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81, 33.1이닝 탈삼진 41개라는 놀라운 기록을 수립하며 승부를 마무리짓는 '끝판왕'으로 군림했다. 또한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LG(4경기 3세이브 1패, 자책점 2.08)나 두산(7경기 5세이브 1홀드 자책점 0)을 상대로는 그토록 부진했다는 올시즌에도 강했다.
무엇보다 팀의 상징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레전드를 가을야구에서 아예 제외한다는 결정은 코칭스태프라도 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다. 삼성 불펜의 현재 상황이 오승환이 제외되고 나서 크게 더 나아진 것도 아니다.
다만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냉정하게 현재의 구위만 놓고보면 오승환은 가을야구 엔트리에 합류하기엔 불안하다. 심지어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만나게 될 기아를 상대로는 올시즌 3세이브를 따냈지만 3패에 자책점이 무려 12.10에 육박하기도 했다. 오승환이 설사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돌아온다고해도 마무리나 필승조로 활용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해보인다.
오히려 오승환의 '이름값' 때문에, 구위가 회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남겨둔다면, 승부처에서 그래도 어떻게든 오승환을 기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선수와 팀 모두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박진만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불펜 운용에 변화를 줄 것을 암시했지만 오승환의 재기용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연 오승환을 가을야구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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