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밸류업 지수’ 삼성전자, 현대차 포함…“세제 혜택 확대해야”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윤곽이 드러났다. 밸류업 지수는 정부가 추진중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과 함께 밸류업 공시를 조기에 발표한 금융회사 등이 지수에 포함됐다.
한국거래소는 24일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과 선정 기준을 발표했다. 밸류업 지수는 주주친화적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투자금이 유입될 수 있게 하자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오는 9월 30일 첫 도입되며 기준시점은 2004년 1월 2일, 기준지수는 1000이다. 오는 11월에는 관련 지수선물 및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다.
밸류업 지수는 모두 10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정보기술(IT) 기업 24개, 산업재 20개, 헬스케어 12개, 금융‧부동산 10개 등이 담겼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종목이 67개이고, 나머지 33개는 코스닥 종목이다.
종목 선정 기준은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시장 대표성)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닐 것(수익성)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주주 환원) ▶주가순자산비율(PBR) 순위 전체 혹은 산업군내 50% 이내(시장 평가) 등 4가지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한 기업 중 산업군별로 자본효율성(ROE·자기자본이익률)이 높은 100개 종목이 최종 포함됐다.
특히 지난 23일까지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들의 경우 기준을 낮춰 특례 편입했다. 시가총액 기준을 상위 400위에서 700위로 낮추고, PBR 및 ROE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수익성 요건만 갖추면 지수에 편입하는 식이다. 현대차·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이 조기 공시 혜택을 받았다.
다만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 중에서도 콜마홀딩스는 수익성을 충족하지 못해, 에프엔가이드‧DB금융투자 등은 시가총액이 700위권 밖이어서 지수에서 제외됐다.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심인 코스피 200과 달리 수익성, 주주환원 등을 선정 기준에 넣어 밸류업 지표가 우수한 기업이 지수에 포함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매년 6월 심사를 거쳐 밸류업 지수 종목을 교체한다. 2026년 6월 이후엔 밸류업 공시 이행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같이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라도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는다면 밸류업 지수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날 밸류업 지수에 대해 시장에선 기대감과 동시에 세제 혜택 추가 등의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 발표는 한국 증시에 큰 모멘텀(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상속세 부담 등으로 대주주 입장에선 주가 상승이 좋은 일이 아닌 만큼, 세제 혜택 등 세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세제 혜택이 밸류업 지수 성패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세제혜택 범위가 밸류업 지수 관련 ETF로 확장된다면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 개별 종목의 배당에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데, 밸류업 지수 종목으로 구성된 ETF에도 세제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증시에 대한 해외의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키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잭키 웡 칼럼니스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재벌같은 거대 기업 오너가들의 이해관계는 일반적으로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한국 증시 수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재벌의 힘이 주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국내 기관은 물론 해외 투자자도 앞으로 출시될 밸류업 지수 ETF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밸류업 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금투세를 도입하기에는 한국 증시의 체력이 아직 부족하다”며 “투자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도입 시기와 내용이 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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