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시점'이 아니라 '국민의 노년'이다
[신호창 기자]
▲ 국민연금 |
ⓒ 연합뉴스 |
- 최소한 노후 보장하는 대동연금 가능, 법제화는 쉬운 편
- 저항 클 것…사회적 대타협 위해 면밀한 정책PR 필요하다
국회 자문위원회 개혁안, 여야 최종안, 정부 개혁안 중 무엇을 채택하든 간에 다음과 같은 명백한 이유로 실패하게 되어 있다.
첫째, 우리나라 국민은 국민연금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운용하는 정부를 불신하고 심지어 세금으로 여기고 있다.
둘째, 개혁안들이 소득대체율을 40~50%로 설정하고 있지만, 약 60%의 수급자가 받는 실제 급여는 60만 원이내라 용돈이라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노후 자금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이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정부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을 독려하지만 서민은 생활비, 학원비 등의 지출에 매여 활용할 여유가 없는 채 노후를 맞이한다.
이는 국가 차원의 심각한 사회 문제를 잉태한다. 노후가 보장되지 않으니 노인의 우울증, 자살, 고독사 등이 늘어나고 젊은이의 역동성은 떨어지고 저출생, 지방소멸 등 총체적 난국으로 이어진다.
만약 지금 제시하는 개혁안대로 진행한다면, 노인 빈곤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인간 존엄성 상실 상태는 현 젊은 세대가 노인이 될 때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
노후 빈곤 방치하는 현 개혁안
국민연금 가치는 국민의 노년을 편하게 하여 국가를 온전하게 만드는 데 있다. 국민연금 그랜드 전략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현재 나온 개혁안들은 국민의 노년이 아니라 국민연금 고갈 시점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스스로 국민연금의 고귀한 가치를 망각하여 국민연금 미래를 미로로 몰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연금 그랜드 전략을 달성하려면 숫자와 퍼센티지(%)가 아닌 다음 2개 쟁점에 초점을 둬야한다. 다행히 우리 국민의 정보 문해력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⓵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년의 최소 생활비를 보장하는 정책을 디자인하고, ⓶ 국민의 동의와 참여를 구하는 장기적인 공공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수행하면 국민연금도 건강보험처럼 세계 수준의 제도로 발돋움시킬 수 있다.
대동연금 사회적 대타협
건강보험 보험료는 개인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혜택은 차이가 없다. 누구나 대형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보험료는 많이 내는데 혜택이 적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부자를 보지 못했다.
이렇게 깃든 대동 정신으로 건강보험은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형 복지 제도가 고려해야 할 점이다.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에 관한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티핑포인트가 빈부 격차다. 현 국민연금 수급액은 소득이나 가입기간에 따라 그 격차가 너무 크기에 이를 해소해야 한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한 방향을 지향하는 우리 국민성에 적합하지 않다. 국민연금만으로도 노후 생활이 가능하도록 디자인 하는 게 가장 한국적이고 바람직하다. 더 내고 더 받게 설계하여 서민들도 노년에 인간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금을 받도록 하는 거다.
이를 위해 현 보험료 지원 제도를 대폭 확대하여 소득이 적어 충분한 보험료를 낼 수 없는 젊은층과 서민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원하는 거다.
방법은 많다고 본다. 교육세법과 같이 국민연금세법을 신설하여 기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이와 유사한 지자체의 제도는 유지하되 논란이 많은 기초연금은 장기적으로 보험료 지원 제도에 흡수 통합한다.
저출산 대책, 청년 지원, 노인 일자리 등에 소요되는 적지 않은 예산도 중복 지원에 해당하니 역시 통합한다. 효과는 미미한 각종 선심성 복지 예산, 중앙과 지방 정부의 낭비성 예산 등도 찾아내어 여기로 통합한다. 그린벨트해제 및 신사업 승인 등으로 발생하는 각종 개발 이익도 환수하여 보험료 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략적 공공 커뮤니케이션
우리 국가의 경제 규모, 정부와 국민의 능력으로 보아 이에 대한 법제도화 자체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항은 거셀 것이다. 당연히 국민연금 부과금이 많아져 국민 저항이 예상된다.
국민연금 중심으로 개편하게 되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운용하는 국내외 금융권의 저항도 심상치 않을 거다. 따라서 사회적 대타협 안에 대한 동의를 받는 사전 사후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하는가가 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정책PR이 필요하다. 전문가, 정부, 국회,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국민 이해를 충분히 구해야 한다. 추진 부처, 예산담당 부처, 소통 부처가 함께 범정부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국가 안위 차원에서 본다면 연금정책이 국방이나 통일 정책 보다 더 중요하다.
이러한 정책을 만드는 가운데, 정부는 왜 국민연금 납부가 자신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직업, 가족을 넘어 더 중요한 과제인지 피부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 가치를 초중등 교육에 반영하고, 유튜브도 활용하며, 국민연금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도 제작할 수 있겠다. 선진국 국민들은 연금을 통한 노후 준비를 당연하게 여긴다.
국민이 '국민연금은 노후를 위해 반드시 그리고 충분히 가입해야 하는 장기 안심 저축'으로 받아들일 때 국민연금 그랜드 전략은 성공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마 10년 정도의 기간과 수천 억에서 수조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국민연금이 우리 사회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는 바를 고려한다면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더피알 https://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138에도 실립니다.오보, 왜곡, 확증편향 등으로 바람직한 여론 형성 기능이 마비되면서 조직과 국가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저출산, 젠더갈등, 의료파동, 노후불안, 기후위기 등 시대 쟁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큰 그림 즉 그랜드 전략(Grand Strategy)을 만들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효과적인 전략과 전술을 찾아야 한다. 본 시리즈 칼럼은 이러한 쟁점들에 대해 어떻게 그랜드 전략을 설정하여야 하는지 제시하고자 더피알(https://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138)에서 시작했다. ‘G7으로 가는 그랜드 전략’을 다뤘던 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에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극복하기위한 ‘국민연금 그랜드 전략’을 말해본다. 신호창은 PR전공 저널리즘 박사로 전북대, 이화여대, 서강대 교수를 역임한 후, 2024년 3월부터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공공커뮤니케이션 및 공공외교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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