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만에 노병에게 돌아온 훈장…"명예 찾아줘 감사"
“기분이 최고지요. 감개무량합니다.”
24일 일본 도쿄에 있는 주일 대한민국대사관. 지팡이를 짚고 하얀 제복 차림으로 나타난 송성석(89) 옹이 환하게 웃었다. 느릿하지만 또렷한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그의 가슴엔 이날 수여받은 화랑무궁훈장이 달려있었다. 1953년 6월 25일 화랑무공훈장을 서훈받은지 71년 만에서야 훈장이 주인을 찾았다.
제주도 출신인 그는 6.25 전쟁이 발발하자 자원입대를 했다. 당시 그의 나이 18살. “친구들은 군대에 가는데 나는 왜 안 되느냐는 생각으로, 젊은 기분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생각에서 자원입대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입대 후 송 옹은 육군 제3 경비대대 소속으로 거제로 포로수용소 등에서 복무했다. 22살에 제대를 한 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송 옹은 “(그 사이)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 선생이 되었더라”며 “어쩔 수 없이 밀항으로 일본을 갔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찾아 오사카, 교토, 고베를 돌았다. 이후 일본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게 되면서 자신이 화랑무궁훈장을 서훈 받았다는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은 10여일 전. 수화기 너머 “화랑무궁훈장을 준다”는 말이 믿기질 않았다. 아내와 딸들 역시 의아해했다. 온 가족이 “사기 전화 아니냐”고 할 정도로 믿지 못했지만, 대사관 직원이 직접 찾아오면서 의심이 기쁨으로 변했다.
그는 믿기지 않는 듯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동포에게 6.25 무공훈장이 전수된 것은 그가 처음. 송 옹은 “명예를 찾아줘서 감사하다. 훈장을 받는 것도 영광인데 감개무량하다”며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나라를 위해 열심히 살아주길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날 송 옹에게 훈장을 전수한 박철희 주일대사는 “늦게나마 송성석 옹에게 무공훈장을 전수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6.25 전쟁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송 옹에 대한 무공훈장 전수는 지난 2019년 6.25 무공훈장 수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6.25 전쟁 당시 무공훈장 서훈 대상자로 결정됐지만, 훈장을 전달받지 못한 공로자를 찾는 국방부 사업의 일환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6.25 무공훈장 서훈자 중 실제 훈장을 전달받지 못한 서훈자는 2019년 기준 약 5만8000여 명에 달한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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