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글쓰기 없었다면 내가 이리 행복할 수 있었을까
[이숙자 기자]
1944년생인 내가 어쩌다 글을 쓰게 된 지 4년 차다. 글쓰기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나이 80이 될 즈음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였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모임을 이끄는 배지영 작가님이 나를 반겨 주시어 글쓰기 수업을 함께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살피는 일, 내 마음 안에 사색 공간을 넓혀 가는 일,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 등 글쓰기의 모든 과정이 내게는 신선하고 좋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글쓰기는 탁월한 선택이었고, 용감한 나의 도전이었다.
수업이 시작되면서 글 스승 배 작가님 추천으로 오마이뉴스 기자가 되었고 사는이야기를 글로 써서 보내기 시작했다. 내 글이 채택되어 탑에 올라오는 날은 나는 마치 하늘을 날아가는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자랑을 하고 응원을 받고 기뻐했다.
글을 쓴다는 것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방황하던 고민도 한 번에 날아가 버렸다.
글쓰기를 하면서 변화된 나의 삶
▲ 글을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감성이 많이 달라졌다. |
ⓒ sixteenmilesout on Unsplash |
남의 삶을 기웃거릴 필요도 없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이 분명하기에 내 삶이 더 단단해졌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도 좀 더 너그러워지고 자존감이 나를 살게 하는 힘이었다. 자녀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엄마로 남편에게도 잘 살고 있는 아내로 소리 없는 응원이 나에게 용기를 더해 주었다.
글을 쓰면서부터 언제나 제목을 다는 문제가 어려웠다. 제목은 글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제목을 잘 뽑는 일은 수 없이 많은 세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편집을 한 분들이 지닌 능력일 것이다. 물론 특별한 감각이 있는 분도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 곧 글 쓰고 제목 다는 일이다. 얼마나 많은 글을 쓰고 난 후에야 그 어려움이 사라질까?
나는 글쓰기 문우들과 배 작가님이 함께하는 카톡 방이 있다. 가끔 안부를 묻고 정보도 공유한다.
어느 날, 배 작가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최은경 작가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런 제목 어때요?' 책입니다. OO문고 접수 대에 따로 챙겨 놓았으니 신청하실 분 답해 주세요."
그 말에 "저요 저요" 너도 나도 손을 들었다. 책 제목부터 파격적이다. 나도 이 책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2년 글과 함께한 작가의 세월을 책으로 만나다니
나는 사실 최은경 작가님을 알고 있다. 전국 시민기자들이 오마이뉴스에 보내는 글을 편집하시며 제목도 가끔은 바꾸어 준다. 그럴 때면 공감이 갔다. 책을 출간한 최 작가님은 전북 군산에 와서 오마이뉴스 기자들 교육을 한 적이 있고 작가로서 강연도 하셨기에 알고 있는 분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을 출간하셨다니 반가웠다.
▲ '이런 제목 어때요?' 책표지 |
ⓒ 이 숙자 |
어떻게 해야 독자를 사로잡는 제목을 달까, 글 쓰는 사람들이 제일 고민하는 문제다.
최은경 작가님의 "이런 제목 어때요?" 책에는 무릎을 칠 정도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왜 우리는 그런 생각을 미처 못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다. 독서를 많이 하고 수많은 날 편집을 해온 날들이 그저 지난 간 시간이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2년차라는 이 분 또한, 그간 오마이뉴스에서 전국 시민기자들이 보낸 많은 글을 편집하면서 글과 같이 한 세월이 그냥 지나간 날들이 아닐 것이다. 대단한 저력을 내적으로 지닌 사람이구나, 책을 읽으며 그런 느낌을 받았다. 말이 22년이지 짧은 날이 아니다. 한 직장에서 그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작가 또한 지난 세월 간 익힌 감각과 경험을 통해, 이처럼 글쓰기 제목 달기의 비결을 알았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한편, 오마이뉴스에 보낸 기자들의 글 제목을 고민해 바꾸어 준 뒤 많은 조회수가 나왔을 때 느끼는 짜릿함은 작가님의 성취감이 아닐까. 나 또한 내 글이 대문에 탑으로 걸렸을 때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경우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충만과 짜릿함이 있듯이, 그 순간은 본인 혼자만이 느끼는 행복이다.
다시금 생각해본다.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 나이에 무엇으로 이토록 행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쓰고 보니 제목 뽑는 일은 하나의 생각만으로는 절대 쓸 수 없고,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몇 가지의 생각이 선택이라는 단계를 거쳐 한 문장으로 압축되는 일인 듯하다. 그 순간을 잘 캐치해야 완성도 있는 제목이 창조되는 것이겠고. - 실감나고 재미있는 제목, 92쪽
유독 공감이 가던 대목이다.
▲ 22년 차 편집기자의 내공이 담긴 책 <이런 제목 어때요> 중 한 대목. |
ⓒ 루아크 |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책에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은 그냥 한번 슥 읽고 책장 안에 밀어 놓을만한 책이 아니다. 글 쓰는 자리 곁에 두고 암기할 정도로 읽고 또 읽어 내가 알지 못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 같다. 글 쓰고 제목을 어떻게 달아야 할까 하는 고민을 잘 지도해 주는, 글쓰기 제목 달기 교과서 같은 책이다.
책을 사서 선물하기 딱 좋은 책이다. 이 책은 글 쓰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요즘 시간이 없어 밥 한 끼 같이 못하는 지인들에게 선물을 해 주니, 받자마자 유익한 책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좋은 책 한 권은 어쩌면 글쓰기 스승 한 분을 곁에 두는 거나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덕분에 좋은 스승을 만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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