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밀어낸 ‘女축구 우승’… 노동신문 헤드라인 장식

박준상 2024. 9. 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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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아닌 여자축구선수들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우승 소식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U-20 여자월드컵 우승이 1면에 실린 적은 있었지만 머리기사로 소개된 적은 없었다.

북한은 지난 2006년에도 노동신문 1면에 두 번째 기사로 U-20 여자월드컵 우승 사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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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0세 이하 여자축구선수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AFP


북한이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아닌 여자축구선수들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우승 소식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최근 수해로 어려운 내부 민심을 다독이고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24일 1면 절반을 할애해 ‘위대한 우리 국가의 명예를 세계에 떨친 조국의 장한 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는 전날 콜롬비아에서 열린 FIFA U-20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북한이 일본을 1-0으로 이기고 우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문은 “우리의 미더운 여자축구선수들이 이룩한 자랑찬 경기 성과는 강국조선의 존위와 명성을 만방에 떨치며 전면적 국가발전의 새 전기를 보란 듯이 열어나가는 온 나라 인민들에게 커다란 고무적 힘을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조별리그부터 16강 오스트리아전, 8강 브라질전, 4강 미국전까지의 경기 결과를 소개했다. 이후 일본전에 대해서는 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최일선이 전반 15분 “공격마당 오른쪽에서 일본 선수들을 재치 있게 빼돌리고 강한 왼발 차넣기로 득점에 성공했다”는 내용, “후반전에 들어와서도 우리 선수들은 공격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는 내용 등 상세한 경기 흐름을 기술했다.

기사 내용 외에도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환호하는 모습,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왕에 선정된 최일선이 수상받는 모습 등이 사진으로 담겼다. 신문은 “2006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 경기대회에서 또다시 우승을 쟁취함으로써 우리나라 여자축구팀은 최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남김없이 과시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 우승으로 독일, 미국과 함께 역대 최다인 3회 우승국이 됐다.

노동신문 1면 머리기사에는 김 위원장의 동향이나 사설, 정론 등이 주로 담긴다. U-20 여자월드컵 우승이 1면에 실린 적은 있었지만 머리기사로 소개된 적은 없었다. 북한은 지난 2006년에도 노동신문 1면에 두 번째 기사로 U-20 여자월드컵 우승 사실을 알렸다. 2016년에는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이 1~2면에 실렸고 우승 소식은 3면에 보도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후 코로나19 등으로 스포츠 경기에 참여를 많이 못했는데 최근에 우승하게 되면서 과대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 여름 수해 피해 등으로 흉흉해진 내부 민심을 다독이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어떤 나라든지 스포츠를 통해서 국민들의 자부심 고취하려는 시도는 있다”며 “그런 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수해 피해로 인한 민심을 다독이는 것은 물론 선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국가의 위상을 드높인 결과이니 심리적으로 위축된 주민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당분간 이 내용을 계속해서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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