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겨냥 융단폭격...레바논 500여명 사망

피난 행렬에 극심한 정체 현상 나타나
외교부 “유사시 우리 국민 철수 계획 있어...”

23일(현지 시간) 레바논 남부 자이타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연기 기둥이 치솟는 모습. (사진=자이타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23일(현지 시간)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집중 폭격을 가해 레바논에서 500명 가까이 숨졌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전역에서 최근 24시간 동안 약 650차례의 공습을 감행해 헤즈볼라 시설 160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공습으로 지금까지 35명의 아동과 58명의 여성 등 492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는 최소 1654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다.

이번 폭격은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 집중됐지만 동부 지역이나 수도 베이루트까지 진행됐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주요 공격 목표가 헤즈볼라의 순항 미사일, 장·단거리 로켓 발사대 및 공격용 드론 발진 기지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헤즈볼라의 공격용 시설 중 다수가 민가에 숨겨져 있었다면서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를 전쟁터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사전에 녹음된 메시지에서 레바논 민간인들에게 “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 작전이 끝나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레바논 남부 주민들이 피난에 나섰고 남부 항구 도시 시돈에서 수도 베이루트로 빠져나가는 가장 큰 도로에 차들이 몰려 극심한 정체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헤즈볼라가 속한 이란 중심 무장조직 ‘저항의 축’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맹비난했다. 이란의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공습을 “미친 짓”이라며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새로운 모험이 위험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상황이 극도로 위험하고 걱정스럽다. 거의 전면전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24일 기준 레바논 체류 한국인은 140여명이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채널 A ‘뉴스A라이브’에 출연해 “이스라엘과 레바논에 계신 우리 국민께 가용한 항공편을 이용해서 빨리 귀국하시도록, 출국하시도록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며 “유사시 우리 국민의 철수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