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엄마도 딸 소풍 도시락 쌀 때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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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정 기자]
며칠 전 학교 다녀온 딸이 "엄마, 나 다음 주에 현장체험학습 가"라고 했다(과거 소풍이라 불렀던 것을 요즘에는 현장체험학습이라고 말한다). 나는 즉각 답했다.
"어디로? 너무 좋겠다. 요새 날씨 좋을 때라 더 좋겠네!"
"그런데... 엄마 숙제가 있어. 도시락 싸야 해."
'띠용... 도시락이라니..'
딸의 말처럼 도시락은 나에겐 숙제가 맞다. 사실 아침에 아이 아침밥 챙기기도 시간이 촉박한데 도시락까지 싸려면 기존에 일어나는 시간보다 더 서둘러야 한다.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는 큰 숙제가 맞다.
입맛 까다로운 딸이 먹을 만한 도시락이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본다. 역시나 캐릭터 도시락들이 눈에 많이 띈다.
딸이 아주 어릴 적에 캐릭터 도시락을 만들어 준 적이 있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만들어야 했다. 가뜩이나 작은 음식에 더 작은 눈, 코, 입을 붙이려니 여간 손 떨리는 작업이 아니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도시락을 본 딸의 첫마디.
"엄마, 이 도시락 이상해."
다섯 살 딸이 보기에도 해괴망측했나 보다.
직업이 영양사이지만 요리를 많이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김밥 몇 줄 싸기도 참 어려웠었다. 지금은 엄마 11년 차, 눈 감고도 김밥을 말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 꽃송이 주먹밥 현장체험학습 도시락 |
ⓒ 송미정 |
싫은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김밥도 아이 맞춤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오늘의 맞춤 도시락은 일명 '꽃송이주먹밥'이라고 정한다.
볶음밥에 칼집을 넣은 비엔나를 넣어서 꽃송이를 만드는 것이다. 만들기도 간단한데, 도시락통에 담아 놓고 보니 근사하다. 사실 주먹밥은 보기에 예쁘지 않은데 비엔나가 크게 한몫한다.
만드는 방법
1. 볶음밥용 야채로 잘게 썰어준다.
2. 비엔나소시지를 반으로 갈라준다.
3. 반 갈라준 동그란 표면을 8조각으로 칼집을 낸다. (칼집을 깊숙이 넣지 않아도 된다.)
4. 달궈진 프라이팬에 야채와 밥을 볶아준다.
5. 송편 만들듯이 볶음밥 가운데를 옴폭하게 만들 주고 그 안에 비엔나를 넣어 모양을 잡아주면 완성이다.
자고 있는 딸을 흔들어 깨우면서 도시락을 보라고 한다. 잠에 덜 깬 얼굴 이만 도시락을 보자마자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이번에 해괴망측하지 않은가 보다. 아이가 좋아하니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도시락에 샤인머스켓이 빠지면 섭섭하다. 샤인머스켓도 반으로 갈라 도시락에 색을 더해준다. 급식에서도 샐러드가 메뉴에 있으면 식판이 화사해지는 효과가 있다.역시, 음식은 눈으로도 먹는 것이다.
날씨 좋은 요즘 현장학습체험뿐 아니라 가까운 곳 소풍 가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간단하지만 예쁘고 맛있는 도시락 레시피 몇 가지 소개해보겠다.
김밥 만들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꽤 있을 텐데 그럴 때는 무스비를 만들면 좋다.
무스비 틀을 팔기도 한다. 만약 틀이 없다면 스팸통을 활용해서 만들어도 된다.
1. 스팸과 어묵 깻잎을 스팸 크기에 맞게 썰고, 뜨거운 물에 데쳐준다(어묵과 깻잎은 없어도 된다. 대신 스팸은 꼭 있어야 한다.)
2. 달궈진 프라이팬에 스팸과 어묵을 굽고 계란 지단을 만든다.
3. 밥에 참기름과 소금을 넣어 간 한다.
4. 김밥용 김을 반 갈라 그 위에 무스비 틀을 올린다.
5. 틀에 밥, 계란, 어묵, 깻잎을 차례로 올려준다.
6. 마지막으로 밥을 올려 꽉 눌러준다.
7. 무스비 틀을 살살 빼 김으로 감싸주고 먹기 좋게 썰어주면 완성이다.
▲ 무스비 김밥에 자신 없는 분들은 무스비 |
ⓒ 송미정 |
만드는 방법은
1. 식빵 2장을 노릇하게 굽고 돈가스는 에어프라이기에 튀겨준다.
2. 식빵의 테두리 부위를 잘라주고
정리된 식빵 한 장에 마요네즈를 발라주고 그 위에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발라준다.
3. 또 다른 식빵에는 돈가스 소스를 발라준다.
4. 소스 바른 식빵에 돈가스를 넣고 반 갈라주면 완성이다.
(홀그레인은 넣으면 밖에서 파는 맛이 나지만, 없으면 일반 머스터드를 사용해도 괜찮다.)
▲ 가츠샌드 야채샌드위치 말고 든든한 돈가스 샌드위치 |
ⓒ 송미정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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