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되자 되레 급증…폭염에 수명 짧아진 모기, 더 독해졌다

정은혜 2024. 9. 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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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 광주 북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 방역방원들이 북구 임동 서방천 일원에서 감염병 방지를 위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광주 북구

올여름 폭우와 폭염으로 주춤했던 모기 활동이 가을에 들어서면서 다시 늘어났다. 특히 일본뇌염 매개 모기는 평년 채집량의 두 배에 달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54개 디지털모기측정기(DMS)에서 채집한 9월 모기 개체 수는 14일까지 2만 5900마리로 하루 평균 1850마리였다. 이는 8월 하루 평균 1738.7마리보다 6.3%(110.3마리) 많다.

보통 모기는 6월 중순에 증가하기 시작해 8월 중순에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여름철 더위가 극심해지면서 이런 패턴이 깨지는 모양새다. 올해는 6월에 정점을 기록하고 폭염과 폭우가 심했던 7·8월에 감소했다가 이달 들어 다시 늘어났다.

김주원 기자


월평균 서울시 DMS 채집 모기 개체 수는 5월 1287마리에서 6월 2282마리로 급격히 늘어났다가 7월 2023마리, 8월 1749마리로 줄어든 뒤 9월 초반 1850마리로 다시 반등했다.


“폭염에 모기 수명 짧아져” 기온 떨어지자 다시 활동↑


일반적으로 모기가 활동하는 기온은 15~30도다. 또, 폭우가 아닌 비가 주기적으로 내리는 환경이 생존에 유리하다.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긴 지난 7, 8월 모기의 활동이 예년보다 주춤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달 들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내려가자 모기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최근 들어 극심한 폭염으로 여름에 지열이 너무 뜨거운 탓에 물웅덩이가 빨리 증발하고, 열로 인해 수명도 짧아져 모기 개체 수가 8월에 주춤하다 9월에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이 모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증하고 있는 일본뇌염 모기


문제는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의 증가세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11개 시·도, 13개 지점의 축사에서 채집한 일본뇌염 매개 모기 개체 수는 9월 첫째 주에 301마리로 평년(150마리)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일본뇌염을 감시하기 위해 채집한 전체 모기 개체 수(557마리)의 50% 수준이다. 지난 7월 채집 모기 대비 일본뇌염 매개 모기는 36% 수준이었지만, 8월에는 50%, 9월 첫째 주에는 54%로 점차 높아졌다.

지난 7월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에서 팔달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일본뇌염과 말라리아 등 모기 매개 질병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규 교수는 “작은빨간집모기는 8~9월에 활동이 가장 활발한데, 최근 몇 년 사이 8월에 폭염 또는 폭우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9월에 활동 정점을 찍고, 활동 시기가 10월 이후로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뇌염은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발열과 두통 같은 가벼운 증상부터 오한, 근육통, 정신 혼란증상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매년 약 2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6000여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 치사율이 5~30%에 이른다.

질병청은 “지난해 국내 일본뇌염 매개 모기를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에 의한 아열대화, 서식환경의 변화로 일본뇌염 주의보와 경보 발령 시기가 1975년에 비해 각각 3개월, 1개월가량 앞당겨지고 있고 발생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일본뇌염 매개 모기의 증가세에 대해 “올해 기상 상황과 관련이 있는지 분석 중이며 연말에 보고서 형태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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