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동성 키우는 '엔캐리'…한은 "청산 가능 자금 2000억달러"

오효정 2024. 9. 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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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채권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이 지난 3월 기준 약 2000억 달러(약 267조원)에 이른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향후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현실화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자금 청산이 다시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머니무브’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24일 한국은행 국제국 김의진 차장, 김지현‧김민 과장 등은 ‘최근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 가능 규모 추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7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 이어 이달 Fed의 기준금리 ‘빅 컷(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으로 양국 금리 차가 좁혀지자, 값싼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을 사는 투자의 매력도는 떨어지는 추세다. 엔 캐리 트레이드에 쏠렸던 자금이 대규모로 빠지는 현상이 향후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커졌지만, 정확한 통계가 없어 구체적인 규모 추정은 어려웠다.

이번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엔 캐리 자금을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단기 투기성 자금)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로 구분해 분석했다. 이후 투자 목적 등을 고려해 유형별로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 비중을 추정했다. 분석에 따르면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 자금(단기 투기성 자금)은 지난달 7일 기준 5000억엔(약 4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는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으로 분류됐다. 단기성 자금이 대부분인 만큼 청산 속도가 빠른 점을 고려한 것이다.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과 일본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잔액 중에서는 지난 3월 기준 각각 31.6%‧4.1%(13조엔‧19조2000억엔)가 청산 가능 규모로 추정됐다. 달러당 엔화 가치를 150엔으로 보고 환산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3조3771억 달러 가운데 청산 가능 규모는 약 2181억 달러(약 291조원)에 이른다.

다만 연구진은 이 가운데 현재까지 얼마나 청산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미·일 금리 차가 좁혀지면서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은 한 차례 청산된 바 있다. 앞서 나온 한은 뉴욕사무소 분석에 따르면,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단기 투기성 자금)은 이 시기 대부분 청산된 상태다. 이 외에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 자금,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자금은 아직까지 청산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지현 과장은 “투자 자금 유형에 따라 시차를 두고 청산이 이뤄지기도 한다”며 “향후 자금 청산 속도나 양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 경제가 급격하게 침체에 들어서거나, Fed가 급격히 금리를 인하할 경우 청산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자금의 경우, AI(인공지능) 기술 회의론 확산 여부에 따라 향후 움직임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미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고 Fed의 금리 인하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경우, 남아있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급격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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