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열 권에 담은 중국 근현대사...『중국인 이야기』 12년 대장정 마침표
"평소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상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중국인은 약간의 속임수에 능합니다. 그래서 흥미를 더 느꼈죠.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다르니까요."
국내 대표적인 중국학자인 김명호 전 성공회대 교수가 『중국인 이야기』(한길사) 시리즈를 완간했다. 그는 최근 단행본 시리즈 『중국인 이야기』의 마지막 10권을 펴낸 것을 기념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중국인 이야기』는 청나라 멸망부터 현대 중국까지 중국의 근현대사를 주름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 시리즈다. 2007년 3월 18일 중앙선데이 창간과 함께 정기 연재물로 발탁돼 17년간 800회 독자를 만났다. 첫 단행본으로 묶인 것은 2012년, 마지막 10권이 나온 것은 지난 9일이다.
중화민국 탄생, 공산당 창당, 북벌 전쟁, 항일전쟁, 국공합작과 내전, 신중국 수립과 문화대혁명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써 내려 간 정치인과 지식인, 예술인 등 1000여 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책은 서재가 아닌 길거리에서 완성됐다. 저자는 10년 넘는 집필 기간 홍콩과 대만에 거처를 마련해두고 수시로 오가며 '문화 노인'들을 취재했다.
"1930년대 중국 언론출판기구인 '싼롄'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중국의 자유주의 학자들을 '문화 노인'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에드거 스노의 명저 『중국의 붉은 별』을 지하에서 출판한 것이 바로 싼롄이죠. 그분들이 저에게 해주신 많은 이야기를 최대한 담아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가 방대한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역사적 순간으로 꼽은 시기는 1927년부터 1950년까지 이어진 국공 내전 시기.
"마오쩌둥이 이끄는 인민해방군과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혁명군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던 중이었죠. 그때 전쟁터인 만주에 도착한 인민해방군(중공군)은 맨손이었습니다. 소련이 당연히 지원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중공군은 북한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군수물자를 지원받는 것은 물론, 부상을 당하면 북한 민가에서 요양하다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는 군인도 있었어요. 북한과 중국의 '혈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긴 역사입니다."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꼽은 군인·정치인 린뱌오에 대해서는 "국공 내전을 승리로 이끈 사람"이라며 "동북을 완전히 점령한 데 이어 여세를 몰아 남쪽까지 내려간 기세가 엄청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교수는 "한중 관계가 악화할수록 중국을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에서도 중국 연구 열기가 확산하고 있다"면서다.
"미국 학자들은 중국과 중국인의 정수가 담긴 사마천의 '사기'와 두보 시집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사기 중 '오제본기'(五帝本紀) 분량은 10쪽 안팎이나 그에 대한 최근 미국 학자들의 주석은 300쪽이나 됩니다. '항우본기'(項羽本紀)도 수십 쪽에 불과하지만 주석은 400쪽을 훌쩍 넘고요."
저자에게 선인세 2억원을 지급한 김언호 한길사 대표도 이날 간담회에 나와 완간 소회를 밝혔다. "『로마인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서양에 로마 제국이 있다면 동양에는 중국이라는 제국이 있기 때문에 두 제국의 이야기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며 "400만부 이상 팔린 『로마인 이야기』처럼 『중국인 이야기』도 우리가 중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9일 출간된 마지막 단행본 『중국인 이야기 10』에서는 냉전 시기 미·중과 중·일의 외교관계 수립,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의 쌍둥이 사생아, 국·공의 만주 쟁탈전, 만주에서 배우이자 가수로 활약한 리샹란을 다뤘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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