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편입 중소형주에 주목…"지수 부양 효과 크지 않을 것"
밸류업 선배 일본과 차별화
주도업종으론 IT·헬스케어·에너지
자금 유입 효과 크지 않을 것
증권가에선 '코리아 밸류업 지수' 공개로 인한 지수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 등 대형주에 의한 증시 부양효과는 이미 상반기에 반영된데다 중소형주 가운데 밸류업 지수에 새롭게 편입될 가능성이 큰 종목은 주가 상승이 예상되나 시가총액 규모가 크지 않아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4일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종목 구성이다. 거래소는 종목 쏠림을 막기 위해 전체 산업군에서 대표종목을 고르게 선정했다. 일본의 JPX FRIME 150'의 경우 자본효율성 우수 75종목과 시장평가 우수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75종목으로 이원화된 기준으로 구성종목을 가려냈다.
이처럼 전 산업군이 골고루 편입된 덕분에 지수의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률 측면에선 밸류업 지수가 기존 시장대표지수와 비교해 오히려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밸류업 지수와 시장대표지수의 기간별 수익률을 비교하면 △밸류업 지수 43.5%, △코스피200 33.7%, △KRX 300 34.3% 등으로 나타났다.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지수 구성 종목이 특정 업종에 편중되면 특정 시장 국면에서 개별 업종의 성과가 두드러지게 낮아질 수 있어 성과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또 일본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한 절대평가 방식으로 종목을 선정한 반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다양한 평가지표를 적용, 특히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평가지표가 다양한 점도 밸류업 선배격인 일본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일본의 경우 산업군별 특성을 배제하고 주로 PBR과 ROE 기준을 적용해 종목을 선정한 결과 일부 섹터(은행)와 대표기업인 도요타가 지수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수 성과가 부진하자 일본은 도요타 등 대표종목을 지난 8월 정기변경 때 포함시켰다.
이형준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인덱스사업부 팀장은 "일본은 지수를 만들 때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에 치중했고, 정책 목적을 잘 구현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대표 종목이 빠지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수익률이 지수를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며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밸류업 지수 구성시 산업 비중과 대표 종목 편입 여부를 고민한 끝에 삼성전자를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개별종목의 지수내 비중상한을 15%로 제한한 점도 기존 대표지수와 다른 점이다. 코스피200 등 기존 시장 대표지수는 비중상한제도를 적용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삼상전자·SK하이닉스 등 시총 비중이 큰 종목의 주가에 따라 지수가 등락을 보이는 경우가 잦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특정 종목에 휘둘리는 지수가 되지 않으려면 대표기업을 포함하되 비중을 높이지 않는 범위를 고민했다"며 "만약 삼성전자 주가가 좋아서 시장을 끌고갈 때 밸류업 지수가 시장을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만 특정 종목을 위한 지수가 되면 안 된다고 판단한 끝에 비중상한제도를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수 부양 효과 크지 않아…새로 편입된 중소형주 종목에 주목해야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수 발표로 지수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에 의한 증시 부양효과는 2024년 2월부터 선반영이 된 상황으로 추가적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중형주 중 발굴되지 못했던 종목이 밸류업 지수에 추가됐을 경우 주가 상승이 예상되나 시가총액 규모를 고려했을 때 지수 전체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봤다.
대형주보단 중소형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밸류업 랠리가 은행주와 자동차 등 대형가치주 중심으로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중소형 가치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면서 "고려아연, 티웨이항공, 에프앤가이드 등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진 기업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겠지만 밸류업 지수 발표, 기업가치제고 공시 증가 등으로 가치주 전반으로 수급이 확산되는 조짐"이라고 봤다.
대신증권은 주도업종으로 IT, 헬스케어, 에너지 등을 꼽았다. 조재운 연구원은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선반영이 컸던 금융, 자유소비재(자동차), 산업재(지주)는 지수 발표 이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섹터별 쿼터제가 실시된다면 밸류업 기대감과 거리가 멀었던 IT, 헬스케어, 에너지 섹터 등이 편입되면서 밸류업 지수 상승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단기 자금 유입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과의 괴리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밸류업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형 상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시장에서 하이브리드형 상품은 잘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얼마나 마케팅을 잘하느냐, 조기 성과가 잘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 대표 지수로 자리잡을 지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 공개 이후에도 ETF 설정까지는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며 일본 밸류업 지수의 수익률이 닛케이225보다 나았다고 볼 수 없다"며 "밸류업 ETF로의 자금 유입도 크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운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의 수익률이 벤치마크(KOSPI or KOSPI200)을 능가하지 못한다면 자연스러운 자금 유입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 연기금의 자금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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