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지 않아! 기후 위기 다룬 게임
최근 며칠 사이 시원한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 여름은 유독 길었다. 9월에도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을 겪었고, 서울에는 사상 처음으로 9월 폭염 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민족의 명절인 추석도 가을을 뜻하는 추(秋)가 아닌 여름을 의미하는 하(夏)가 더 어울린다며 하석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문제는 이러한 기상 이변 현상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인도는 기온이 50도까지 올라 열사병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했으며, 유럽도 이탈리아와 세르비아 등이 40도를 넘나들며 뜨거운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에서는 더운 날씨가 극적으로 변화해 호우가 몰아치는 등 기존에 쉽게 볼 수 없었던 기후 이상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기상 이변과 기후 위기라는 단어가 그 어느 때보다 몸으로 체험되고 있는 가운데, 게임 시장에서는 기상 이변이나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게임들이 지속해서 선보여져 왔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통해 기상 이변 등의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인식을 높이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 온 것이다.
대표적인 게임이 폴란드에 자리한 개발사 바일 모나크가 개발한 '플러드랜드'다. 바일 모나크는 평소 현실 세계의 문제를 게임 환경에 반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회사다. 이들이 준비한 '플러드랜드'는 기후 위기를 배경으로 생존의 개념을 가미한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이다.
게임은 기후 위기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해 대부분의 육지가 물에 잠긴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특히 개발사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10미터 이상의 해수면 상승을 가정해 게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용자들은 물에 잠긴 세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며 문명을 재건해 나가야 한다. 또 게임에는 생존자들 사이의 문화적 갈등을 해결하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생존과 발전을 도모하는 등의 다양한 요소도 마련했다.
유명 시뮬레이션 게임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도 기후 위기를 주제로 삼았다. '문명 VI: 몰려드는 폭풍'을 통해 기후 변화와 위기를 게임의 중요한 플레이 요소로 구현한 것이다. 화산 폭발이나 홍수와 가뭄 등의 요소를 게임에 구현한 것은 물론 탄소 배출 문제로 인한 결과도 게임에 그려냈다.
게임에서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발전소 등의 시설을 통해 탄소 배출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탄소 배출이 증가하면서 세계가 더 더워지고, 기후 패턴이 불안정해져 다양한 재해가 발생하게 된다. 해안이 범람해 저지대가 침수돼 맵이 줄어드는 등의 요소가 나온다.
이용자들은 탄소 배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홍수 방벽을 세우거나 탄소 포집 기술의 개발 그리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외교를 통해서도 탄소배출 협상 등이 가능하다. 실제 현실 못지않은 다양한 방법을 마련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머스트 게임즈가 개발한 '플랜트 월드: 지구 탄소 배출'이라는 모바일게임도 주목할 만하다. 이 게임은 가상의 국제 기구 입장에서 지구를 경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끝없이 배출되는 탄소를 감축해 지구의 멸망을 막아내는 것을 그린 게임이다.
이용자는 지구 온난화로 발생하는 기후 변화 문제와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세계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게임 속에서 연구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도 있고 협정과 캠페인 등을 통해 세계 각국과 협력해 위기에 대응할 수도 있다.
특히, 이 게임은 이용자들이 구매한 씨앗에 따라 실제 아시아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으며, 다양한 난도를 준비해 게임으로서의 도전의 재미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교육용 시뮬레이션 게임인 '어스리멤버스(Earth Remembers)'도 있다. 이 게임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지구 기온 상승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게임은 2017년 독일에서 열린 UN기후총회(COP23)와 2018년 폴란드에서 열린 총회(COP24)에서 선보여지며 관심을 끌었다. 게임은 이용자들이 지구온난화 시나리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됐다. 특히 빙하가 녹아 마이애미 해안이 잠긴기는 등의 현실을 가정한 상황을 담아냈다.
게임을 플레이해본 이용자들은 기후 변화의 실제 영향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듯한 경험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교육과 인식 제고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린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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