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독립기념일·말레이시아의 날’ 행사
8월 31일은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이다. 영국에서 독립한 날이다. 말레이어로는 하리 메르데카(Hari Merdeka)라고 하고 영어로는 국경일(National Day)이다.
독립의 아버지라 불리는 툰구 압둘 라만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가 1957년 8월 31일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경기장에서 “메르데카(독립)”를 일곱 번 외치면서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선언한 일화가 유명하다. 당시에는 말레이시아란 이름을 쓰지 않았으니까 정확히는 말라야의 독립이다.
말라야는 말레이반도 9개 주와 영국 직할령인 말라카와 페낭을 합친 연방으로 영국이 1946년에 처음 제정했다. 이후 영국정부와 말라야 정치인이 런던에서 만나 1957년 8월 31일에 말라야를 독립하는 런던 조약을 체결했다. 조약에는 9개 주의 술탄이 5년마다 돌아가면서 국왕을 하는 입헌군주제 채택과 중국인과 인도인들도 말라야 시민권을 갖게 하는 인종 화해이자 공존을 모색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흥미롭게도 2년 후 “메르데카”를 외치는 일이 또 한 번 발생한다. 1963년 9월 17일 툰구 압둘 라만은 말라야와 싱가포르, 사라와크, 사바를 합병해 말레이시아를 수립한다고 발표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메르데카”를 일곱 번 외쳤다.
전날인 9월 16일 말레이시아가 수립된 지 하루 만이다. ‘말레이시아’란 말은 이날 처음 사용됐다. 9월 16일이 말레이시아의 날(Malaysia Day)인 이유다. 원래 말레이시아의 날도 독립기념일에 맞춰 8월 31일로 정하려고 했지만 당시 인도네시아가 말레이시아 수립에 반대하면서 늦어지게 됐다. 싱가포르는 2년 후인 1965년 8월 9일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다.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도 홈페이지에 8월 31일을 독립기념일(Hari Merdeka, National Day), 9월 16일을 말레이시아의 날(Hari Malaysia, Malaysia day)이라 표기하고 둘 다 공휴일로 지정하여 기념한다. 올해는 추석 연휴와 겹쳐 일주일 후인 9월 23일 67회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과 61회 말레이시아의 날 행사를 동시에 가졌다.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아세안 10개국 대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한국을 대표해서는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외에도 30여개 국 대사관 관계자들과 300명이 넘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해 함께 축하를 나눴다.
다토 모하메드 잠루니 카리드(DATO’ MOHD ZAMRUNI KHALID)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는 리셉션에서 “오늘은 국가로서의 여정을 잠시 멈추고, 되돌아보고, 축하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날”이라며 “여정은 항상 장미밭이진 않았다. 시작은 소박했지만 더 밝은 미래를 건설하려는 집념과 단결, 공동의 열망으로 특징지어졌다”며 기념사를 시작했다.
잠루니 대사는 1960년 양국이 수교한 이래 긴밀하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64년을 지냈다면서 양국의 공통점과 인연을 회상했다. 60년대 한국은 전쟁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 있었고, 말레이시아는 이데올로기 테러로 인해 비상상태가 한창이었다.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았던 한국인들을 돕기 위해 파주에 ‘말레이시아 다리’를 건설했다.
1966년에 개통된 말레이시아 다리를 얼마 전에 다녀왔다는 잠루니 대사는 지금은 노인이 된 당시 동네 사람들에게 “다리를 놔준 덕분에 잘 이용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듣고 ‘필요할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생각났다고 했다. 말레이시아와 한국이 4600킬로미터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다리처럼 굳건하고 진정한 우정으로 엮여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양국의 총 무역규모는 250억 달러(33조 원)을 넘어섰고, 투자, 관광, 교육, 인적 자원 개발분야에서 활발한 우정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4년 6월 26일 푸트라자야에서 열린 제9차 양자 협의가 개최된 이후 많은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말레이시아-한국 자유무역협정, 공급망 복원력, 에너지 전환 및 환경 분야에서 양국이 중점을 두고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한국을 공식 방문하고 내년에 윤석열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공식 방문하게 되면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또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면서 굳건한 우정이 결실을 보게 된다.
우정을 굳건히 하는 일은 잠루니 대사의 낯설지 않은 강한 외교력의 산물이다. 4월 한국에 부임하기 전 프랑스 대사로 재임했던 기간에도 프랑스와 말레이시아의 고위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까지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잠루니 대사는 아세안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2025년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이 되고 10월 라오스에서 한-아세안 관계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게 되면 말레이시아가 주관하는 아세안과 한국 간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셔널데이는 말레이시아 온 국민이 축하하는 경축일이다. 오늘 리셉션을 축하하기 위해 오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현지 인턴기자 lee.hy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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