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방미 "승리 위해 더 큰 지원 필요"…러, 동부전선서 우위
방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미래정상회의 총회에서 젤렌스키는 “푸틴은 많은 것을 훔쳤지만, 세계의 미래는 결코 훔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공식에 따라 제2차 평화정상회의를 준비 중”이라며 “포로 석방, 영토 보존 회복 등 평화 공식의 모든 사항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와 그 공범의 파괴성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가 얼마나 단결할 수 있는 지 확실히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젤렌스키는 이날 미국 ABC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면서 서방 국가들을 향해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전쟁을 종식하려면 우크라이나가 푸틴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포지션이어야 한다면서 서방 국가들의 지원 강화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또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작전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쿠르스크 작전을 통해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이 모든 영토를 방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주장했다.
美대선 40여일 앞두고 경합주서 방미 일정 시작
젤렌스키는 지난 22일 미국 대선을 40여 일 앞둔 시점에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방미는 3년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수 있는 ‘승전 계획’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들을 만나 대선 이후에도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받기 위한 행보다.
승전 계획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측 종전 방안은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 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는 승전 계획이 4가지 주요 사항과 종전 뒤 상황과 관련한 5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4가지 주요 사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사이 상호방위조약과 유사한 서방의 안전보장 요청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진격을 계속해 영토 협상을 풀어갈 카드 확보 ▶장거리 미사일 등 특정 무기 사용 허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적 재정 지원 등이다.
일각에선 젤렌스키의 이번 방미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원 사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의 방미 첫 일정은 펜실베이니아주(州) 스크랜턴에 있는 육군 탄약 공장 방문이었는데,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 승패를 좌우할 최대 경합주인데다 우크라이나·폴란드계 인구가 상당한 곳이다. 해리스는 이 지역 동유럽계 미국인을 ‘스윙 보터’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는 상태다. 폴리티코는 “캠페인 행사는 아니지만, 정치성이 없는 행사도 아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23일 펜실베이니아주 인디애나에서 실시한 유세에서 젤렌스키의 방미를 두고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이라 조롱하며 “그는 미국에만 오면 (군사 지원 등) 600억 달러(약 80조원)씩 챙겨간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들(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간절히 원할 것”이라면서 “내가 이기면 가장 먼저 젤렌스키와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휴전에) 합의해야 한다. 이건 미친 짓’이라고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는 줄곧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돈 낭비라고 표현해 왔다. 트럼프와 젤렌스키는 지난 7월 전화 통화를 했을뿐, 트럼프가 집권했던 2017년 이후 직접 만나 대화한 적은 없다.
러, 동부 전선에서 압도적 우위
한편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여러 마을을 점령하며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철도 및 물류 허브인 포크로우스크에서 8㎞, 미르노흐라드에서 4㎞ 거리까지 진격했다.
포크로우스크와 미르노흐라드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방어에 매우 중요한 요충지다. 이 같은 물류 허브가 러시아에 점령당하면 더 큰 도시인 코스티니우카와 드루즈키우카, 크라마토르스크, 슬로우얀스크가 위험해지고 러시아의 전략적 입지가 크게 강화된다.
이에 대해 페트르 파벌 체코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탈환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계획은 비현실적이며, 우크라이나와 지지 세력은 이제 현실을 인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나토 고위 장성 출신으로 그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항전을 강력히 지지해온 그는 뉴욕타임스에 “가장 가능성이 큰 결말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가 일시적으로 러시아 점령 아래 놓이는 것”이라며 “우리는 현실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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