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국회 상임위원장 릴레이 인터뷰(2) - 전재수 22대 국회 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장
“BTS도 군입대했다… 유신 때 도입한 예술체육요원 제도 점검 필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민적 의혹, 국회 차원에서 제대로 해소해 나갈 것”
“BTS도 군입대했다… 유신체제 때 도입한 예술체육요원 제도 점검 필요”
제33회 파리 하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이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세우며 선전했지만, 체육계에 대한 국민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안세영 선수가 여자 단식 금메달 시상식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 문제 등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크게 논란이 된 데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간 갈등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던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홈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에서 패배나 다름없는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오만 원정 경기에선 이겼지만, 갈길이 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체육계 현안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전재수(53)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9월 5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문체위 소속 여야 위원 모두 체육계 전반을 면밀히 살피고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체육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전 위원장은 부산에서 20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했다. 현재 부산 내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21대 국회 후반기 문체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 6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22대 전반기 문체위원장에 선출됐다. 그는 “문화예술·체육·관광산업이 경제의 동력이자 국력이 되는 시대”라면서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체부와 체육회, 공익 차원에서 머리 맞대야”
Q :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선수단 귀국 행사를 일방적으로 축소해 논란이 됐다.
A : “우리 선수들의 마음이 다쳤을까 걱정이 앞섰고, 국민께도 송구스러웠다. 문체부와 체육회는 대한민국 체육을 담당하는 중심축이다. 한국 스포츠를 관장하는 양대 공공 조직의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 조직의 갈등이 체육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힘겨루기로 번진다면 더 큰 문제다. 이번 기회에 두 기관이 협력해 건강하고 공정한 체육계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체육계와 선수들을 위한 길이며, 두 기관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다.”
Q : 이른바 ‘안세영 사태’가 벌어지자 문체부와 체육회가 각각 조사단을 꾸리면서 관련 시스템마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A : “결국 상급 감독기관인 문체부가 제동을 걸면서 현재 문체부 조사만 진행되고 있다. 9월 말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대한체육회와 산하 종목 단체들도 각각 자체 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 다만, 사전 조율 없이 조사가 중구난방으로 진행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즉시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Q : 대한사격연맹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자 돌연 사임했고, 대한체육회에서는 지난해 말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체육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뭔가?
A : “우리 체육계가 가진 특수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단체는 일반적으로 사적 영역인 민간 단체와 비영리 기관의 모임이다. 재정뿐만 아니라 운영과 의사 결정을 포함한 행정 전반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췄다. 반면 대한체육회는 1982년 준정부기구로 인정받아 공적 영역에 들어왔다. 행정, 비리, 인권 등 공적 영역에서 생기는 문제부터 분명히 풀고, 국민께 다시 신뢰받는 체육계가 될 수 있도록 공적·사적 영역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Q : 문체부는 이번 기회에 체육 정책 전반을 들여다보고, 학교·생활·엘리트 체육 세 부분부터 확실하게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A : “체육계의 자율성 보장은 국제적으로도 존중돼야 하는 중요한 가치다. 다만, 대한체육회는 연간 예산 지원액이 4000억원이 넘는 공공기관이다. 문체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체육회가 관리하던 예산 중 일부를 협의 없이 문체부가 직접 집행하는 지방 협력사업으로 전환했다. 이에 체육회가 반발하며 갈등이 본격화한 모양새인데, 문체부는 체육계의 자율에 대해 존중하고, 체육회는 공적 영역에서 책임을 지켜야 한다. 두 조직의 줄다리기로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국민이 감당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나아가 한국 체육의 발전이라는 공익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A : “협회장 퇴진을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단은 없다. 또한, 국민동의청원 내용 중 하나인 협회 해산이 과도한 정치적 간섭 등으로 이뤄질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의 회원국 자격 정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국내외에서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단체기관이자 공공성을 지닌 공직유관단체다. 축구협회가 사회적·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체육계 시스템을 고쳐나가는 데 집중하겠다. 국정감사가 곧 시작된다. 문체부 감사와 조사 결과도 나올 예정인 만큼, 국민들께서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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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복지와 창작 활동에 정부 지원 강화해야”
Q : 문화 관광 분야로 넘어가보자. 문화계도 체육 분야 못지않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고착화했다.
A : “예술인의 80% 이상이 월수입 100만원 미만의 환경에 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 활동의 분야나 규모에 따라서도 큰 격차가 존재한다. 문화예술 행사 관람률도 소득 계층에 따라 50%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등 소비의 양극화 역시 심각한 문제다. 문화 선진국에 걸맞은 창작 환경과 접근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
Q : 영화·음악·공연·게임산업 등 문화계 전 분야에 걸친 빈부 격차의 그늘을 해소할 묘수가 있다면?
A :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문화예술인이 안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예술인 복지와 창작 활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영세·중소 업체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공정한 플랫폼 구조 확립 역시 중요한 과제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문화 콘텐트를 더욱 쉽게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Q : 국내에서는 BTS 멤버들이 자진 입대하기 전에도 문화예술·체육계 간 병역 특례의 형평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A :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듣고 토론하며 논의해야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973년 유신체제 시절 ‘국위선양, 문화창달’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도입된 이 제도가 5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과거에 만들어진 이 병역특례 제도를 지금 대한민국의 위상과 시대적 변화에 비춰 보고, 나아가 군사 안보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는지, 공정의 기본 원칙에는 부합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검토해야 한다.”
Q :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되면서 기존 콘텐트와 AI 창작물 등의 저작권의 한계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도 중요한 시대가 됐다.
A : “국회에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다만, 세계 각국의 입법 동향과 흐름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AI를 창작의 주체로 간주하지 않는다. 따라서 AI가 만든 작품을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고, 저작자 지위도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AI를 활용한 창작물이 급증하면서 중국, 인도, 일본 등에서 인간과 AI를 공동 저작자로 인정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여러 쟁점이 있는 사안인 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신중하게 검토해 AI산업과 저작권 보호 간 균형점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문화산업 디지털화 가속… 법과 제도 정비 필요
Q : 지난 5월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A : “문화재를 재화로 바라보는 경제적 가치의 관점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문화재(Property)라는 용어는 60여 년 된 낡은 일본식 명칭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됐다. 변화한 시대와 인식에 맞게 우리 역사와 정신, 자연, 문화, 예술의 가치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국가유산(Heritage)’의 개념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미 유네스코와 국제사회에서는 ‘유산’이라는 용어를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국제기준과의 연계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가치 중심의 유산 정책이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Q : 문화산업 전반의 진흥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생각인가?
A : “디지털 콘텐트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문화예술 장르 간 융·복합도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문화산업의 디지털화에 대비해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화산업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부분이 다소 미흡했다. 변화한 문화산업 생태계에 따라 법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콘텐트 관련 법제가 중첩돼 혼선을 빚는 실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발생하는 지역 간 불균형 문제도 꼼꼼히 살피려 한다. 지방의 문화생활 공간과 인프라는 여전히 한정적이고, 지역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 경험의 폭과 기회의 다양성도 부족하다. 예술을 누리는 것은 모두의 권리다. 누구나 어디서든 문화의 기회가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장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여행객들의 씀씀이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가 궁금하다.
A : “외국인 관광 추세가 단체에서 개별 관광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체 여행객이 면세점 쇼핑을 중심으로 한 소비 관광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개인이 자유 여행을 통해 맛집 탐방, 로드숍 방문, 캠핑 등 K-문화 체험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한국인의 일상을 직접 경험하려는 ‘데일리케이션(Daily+Vacation)’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흐름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고,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과감하고 창의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A :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문제로 삼는 것이 그 부분이다. 국내 길 찾기 앱은 다국어가 지원되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이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서비스되는 외국어 번역조차 정확성과 호환성이 떨어지고, 한국 휴대전화 번호 인증을 거쳐야만 앱 사용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예약이나 배달 앱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 맛집이나 배달 문화가 하나의 관광 콘텐트로 자리 잡았지만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는 부족하다. 다국어는 고사하고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조차 손꼽을 정도다. 한국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신용카드가 있어야만 회원 가입과 앱 사용이 가능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10개 이상의 다국어 서비스와 다양한 방식의 본인 인증 수단을 제공하는 외국 앱들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디지털 서비스들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가 닿을 수 있도록 해 한국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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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부·업계 차원 관광 정책 거버넌스 구축”
Q : 한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예정인가?
A : “외국인 관광객의 74%가량이 수도인 서울로 몰리고 있다. 반면, 가까운 일본이나 태국, 베트남은 지방 소도시 관광이 활성화돼 있다. 많은 관광객이 일본 교토와 나고야, 태국 치앙마이와 꼬사무이, 베트남 나트랑 등 수도가 아닌 지방 소도시를 찾는다. 그 지역 역사와 환경, 연령별 특성에 맞춘 차별화한 관광 콘텐트들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관광 활성화는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하는 실질적 대안으로서도 중요하다. 한국도 경쟁력 있는 지역관광 육성 정책으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포지티브 오프 운동, 에코·인프라투어리즘, 야간·새벽 시간대를 활용한 새로운 관광시장 창출 사례 등 다른 나라의 혁신적 관광 정책을 살펴보려고 한다. 국회와 정부, 지자체, 관광업계, 학계 등을 중심으로 한 관광 정책 거버넌스도 구축할 예정이다.”
Q : 문체위 전반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A :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국회 상임위 중 국민 일상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곳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문체위가 국민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일상의 행복을 드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또한, 지금은 문화예술·체육·관광산업이 경제의 동력이자 국력이 되는 시대다. 다가올 미래에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정책을 마련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여야 의원 간 대화와 협치를 이끌어 산적한 현안 과제를 잘 해결해 나가겠다는 다짐의 말씀도 드린다. 대한민국이 문화강국, 스포츠선진국, 관광대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고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 상임위원장으로서 ‘일하는 문체위’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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