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텔레그램 CEO “불법이용자 정보, 수사당국에 공개”
파벨 두로프(39)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불법을 저지른 텔레그램 이용자의 IP주소와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수사 당국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범죄 수사 협조 요청을 거부해왔던 텔레그램 측이 CEO의 형사 처벌 위기에 태세를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두로프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나쁜 행동을 하는 소수로 인해 10억여명의 (텔레그램) 서비스를 망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각종 범죄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높은 보안성을 자랑하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그간 전 세계적으로 마약 밀매, 조직범죄, 테러 조장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국내에선 무분별한 대상의 딥페이크 성 착취물 유포의 근원지로도 조명됐다.
각국의 범죄 수사 협조 요청에도 텔레그램은 응하지 않았다. 결국 두로프는 지난달 말 프랑스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한 돈세탁, 인신매매, 밀수, 아동음란물 등과 관련한 범죄를 규제하지 않고 수사 당국에 협조를 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됐다.
두로프는 곧 500만유로(약 74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지만, 출국 금지 상태로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프랑스에 머물며 매주 두 차례씩 경찰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는 재판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기소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두로프가 직접 수사 당국의 협조 요청에 필요한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공개하겠다며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두로프의 입장 변화가 형사처벌 위기에 대한 돌파구라고 해석했다. 자신이 직면한 법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조에 나섰다는 뜻이다.
텔레그램은 범죄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일부 기능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변화 조짐을 보였다. 텔레그램 측은 이용자의 위치 기반으로 근접한 거리에 있는 이용자들을 나타내는 ‘근처 이용자들(People Nearby)’와 익명 블로그 서비스인 ‘미디어 업로드’ 기능 등을 제거했다.
이날 두로프는 “지난 수주간 인공지능을 이용해 텔레그램 내 불법 콘텐트들을 찾아낸 뒤, 사용자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조처를 했다”며 추후 관리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텔레그램은 국내 딥 페이크 성 착취물 유포와 관련해 지난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구축한 핫라인 채널을 개설한 뒤 5일부터 방심위의 요청을 받아 총 75건의 디지털 성범죄 정보를 삭제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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