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 "MBK 인수 시 기술자들 사표…中으로 기술 넘어갈 것 확신"[일문일답]
"장 고문이 갈등원인…고려아연 폐기물 처리장 취급"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핵심기술인력들이 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이 넘어가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50년간 쌓아온 독보적인 기술이 중국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MBK파트너스는 절대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다"며 "만약 경영권이 넘어가면 우리 기술자들은 다 그만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장 관리를 잡초 뽑기에 비유했다. 농사를 원활하게 짓기 위해 매일 밭을 들여다보고 잡초를 뽑듯이, 공장을 수월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매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50년간 매일 잡초 뽑는 경영으로 지금의 고려아연이 탄생한 것"이라며 "MBK파트너스는 그런 경영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현재 고려아연과 영풍 갈등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불거진 환경 문제가 시작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석포제련소로부터 나오는 산업폐기물로 인해 낙동강서 카드뮴, 비소 등이 검출돼 대표이사 등 임원들이 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장 고문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폐기물을 처리하려고 했고, 이를 최윤범 회장이 막자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최윤범 회장 때문에 관계가 틀어진 것은 전혀 아니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은 그냥 일반 전문 경영인이 아니고 기술 이해도도 최고"라며 "기술과 전문 경영 다 갖춘 분이기 때문에 최 회장 때문에 관계가 흐트러졌다는 건 장 고문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서는 해외로 기술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투기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매우 많다. 몇천억짜리 기술도 있고 그런 기술들이 공정마다 수 백개 존재한다"며 "MBK가 경영권 인수 시 당연히 중국 자본에 팔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다면 이건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영풍은 영풍과 고려아연 갈등이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영풍과 고려아연은 상당 기간 동업을 유지했다. 4~5년 전 영풍 석포제련소에 불거졌던 환경 문제가 갈등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석포제련소로부터 카드뮴 등 산업폐기물이 낙동강까지 흘러 들어간 게 논란이 됐다. 박영민 대표이사 등 임원들이 구속되는 중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사건을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하고 싶어했다. 남의 공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우리가 보관하는 건 배임이고 범죄행위인데, 이를 막은 게 최윤범 회장이다. 이때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앞서 기자회견문 낭독할 때 영풍이 고려아연을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든다고 하려는 확실한 증거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부당하게 경영 부담 떠넘기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나.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지만, 다음에 말씀드리겠다. 진작 밝혔어야 했지만, 최윤범 회장이 그래도 동업자인데 어떻게 그러느냐고 막았다. 그런 분이다.
MBK와 영풍 측이 제기하는 원아시아펀드나 이그니오 투자 관련 의혹에 관해서도 설명 가능할지.
▶기술 총괄이지만 아는 만큼 말씀드리겠다. 원아시아펀드는 단순 재무적 투자였다. 당시 2조5000억원 정도 현금을 갖고 있어서 분산 투자한 것 중 하나가 원아시아펀드로 알고 있다. 이그니오의 주목적은 미국 시장에서 자원, 폐자재를 전처리하고 분리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 가치를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기술자로서 투자심의위원회 참석해서 하나하나 다 따져보고 돈벌이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보고 미래 투자를 한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같은 비철금속 제련 사업을 하고 있지만 영풍과 고려아연의 실적 차이는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는지.
▶크게 경영능력과 기술능력 두 가지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경영능력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직원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분이 최윤범 회장이다. 고추밭에 공장을 비유하겠다. 고추밭 주인이 매일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농사가 망한다. 그게 현장 관리다. 이를 위해서는 관심이 있어야 하고 눈에 보여야 하고 애사심이 있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고려아연 영업이익률이 12.8%다. 우리가 다루는 원료는 국내에서 전혀 나지 않아서 이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반면, 영풍은 지난 10년간 평균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다. 고려아연으로부터 배당을 받아서 지금까지 운영할 수 있었던 거다.
이번에 인수합병 이뤄지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고려아연 경쟁력이 저하될 것으로 보는지.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우리는 50년 동안 계속 기술을 업데이트해왔다. 고려아연은 비철 제련을 12가지를 하고 있는데 영풍은 2가지에 불과하다. 같은 비철제련에 원료도 공동구매, 영업도 공동판매였는데 이렇게 차이가 벌어진 것은 경영진과 기술력의 차이다. 투기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매우 많다. 몇천억짜리 기술도 있고 그런 기술들이 공정마다 수 백개 이상 있다. 원료를 싸게 사고, 가공비도 줄이는 등 여러 상황에 맞춰서 조업을 변화하는 능력이 우린 있다. 상황에 맞게 최대 이익을 따라가는 변화를 줄 수 있는 기술력이 있고 이는 우리 직원들만 할 수 있다. 우리는 MBK파트너스가 당연히 중국 자본에 팔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건 재앙이다. 고려아연은 기간산업이다. 21세기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건 기술 안보이고,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나가는 기술을 지켜야 한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해 드리는 말씀이다.
최윤범 회장도 기자회견 나설 가능성 있나.
▶당연히 적당 시기에 한다고 본다. 최윤범 회장 입장에선 지금 자본 세력에게 한 방 맞은 상황이다. 그분은 보통 전문경영인이 아니다. 지금 차분히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무조건 우리가 이긴다.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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