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사면 매달 1% 수익”…'아트테크' 빙자해 900억 챙긴 일당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갤러리 대표 A씨(40대) 등 3명을 지난달 29일 구속 송치하고, 사업부장 및 직원 등 11명을 지난 13일 불구속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미술품을 구매해서 갤러리에 맡기면 전시 등을 통해 생긴 수익으로 매달 1%의 저작권료 등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약 90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씨 일당은 새롭게 주목받는 투자 방법인 ‘아트 테크’를 빙자해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트테크란 ‘미술(Art)+재테크’의 합성어로, 미술품에 투자해 종잣돈을 모으는 걸 뜻한다.
A씨 등은 인터넷에 광고를 올려 지난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 문의가 오면 사업부 직원이 투자자들을 만나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A씨 등은 별다른 수익이 없는 작가 7명과 계약을 맺은 후 받은 사진 파일을 마치 갤러리에서 보유하는 작품인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 A씨 등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총 1110명으로, 가장 큰 피해 금액은 16억원대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사전에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미술품 전시·대여 등을 통한 수익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저작권료 및 원금은 다른 투자자들이 낸 돈으로 충당했다. 경찰은 A씨 일당이 대다수 구매자가 미술품 실물을 인도받거나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미술품 실물을 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계약된 작가로부터 작품을 빌려와 보여줬다고 한다. 작가들에겐 그림 사진 파일 제공 등에 대한 대가로 그림 가액의 1%를 창작지원금 명목으로 지불했다.
A씨 일당은 더 많은 투자금을 받기 위해 작품이 고가인 것처럼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계약한 작가들에게 한국미술협회로부터 미술품의 가치를 최대 10배까지 책정받도록 지시하고, 한국미술협회로부터 원하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허위 가격 확인서를 만들었다.
경찰은 지난 2월 서울·광주 등에 접수된 91건의 사건을 병합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청담동 소재 갤러리·수장고 등 7곳에 대한 강제수사를 펼쳐 A씨 등을 검거했다. A씨는 905억원의 투자금 중 약 400억원을 직원 수당 및 개인사업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확인한 범죄수익 122억원에 대해 몰수·추징보전 조처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술품에 대한 이해와 애정없이 투자하면 위험하다”라며 “미술품 실물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전문가 감정을 거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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