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융단 폭격에 사망자 500명 육박... 레바논 '최악의 날'

윤현 2024. 9. 2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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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대규모 공습... "사실상 전면전"

[윤현 기자]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습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이스라엘군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레바논이 2006년 전쟁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이스라엘군은 23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레바논 전역에 최근 24시간 동안 약 650차례 공습을 해서 헤즈볼라 시설 1천600개 이상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2006년 전쟁 이후 최악 피해... 사상자 2천 명 넘어

레바논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현재까지 어린이 35명과 여성 58명을 포함해 최소 492명이 사망했으며, 1천645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병원과 구급차 등 의료시설도 파괴됐다면서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피란민 수용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으로 레바논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2차 레바논 전쟁 당시 레바논 측 사망자 1천191명의 절반에 달한다. 당시 한 달 넘게 이어졌던 전쟁은 유엔의 중재로 휴전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주요 공격 목표는 헤즈볼라의 순항 미사일, 장·단거리 로켓 발사대 및 공격용 드론 발진 기지였다"라며 "그들이 숨겨 놓은 무기가 2차 폭발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관련 영상을 공개하며 "헤즈볼라가 공격용 시설 중 다수를 민가에 숨겨놓고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 남부를 전쟁터로 만들었다"라고 비난했다.

레바논 남부에서는 수도 베이루트로 피란가기 위해 수만 명이 도로로 쏟아져 나오면서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 현상을 보였다. AP 통신은 2006년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피란 행렬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추가 공습을 넘어 레바논과의 국경인 '블루라인'을 넘어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면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블루라인은 2000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수를 확인하기 위해 유엔이 설정한 경계선으로 사실상 양국의 국경으로 여겨진다.

이스라엘 "필요하다면 지상전도 할 것"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전에 녹음된 메시지에서 레바논 민간인들에게 "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당장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 작전이 끝나면 여러분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헤즈볼라는 너무 오랫동안 여러분을 인간 방패로 사용해 왔다. 여러분의 거실에 로켓을, 차고에 미사일을 숨겨두었다"라며 "우리는 헤즈볼라로부터 이스라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 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가리 소장도 "우리는 전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위협을 없애려는 것"이라며 "헤즈볼라를 국경에서 멀리 밀어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지상전을 감행할 준비도 되어 있다"라고 경고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은 무선호출기·무전기 폭발 사건 이후 헤즈볼라가 매우 약화된 상태라서 실질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기회이며, 국경의 전략적 상황을 바꿀 기회라고 믿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반면에 미국 <뉴욕타임스>는 "11개월 넘게 전투를 벌이고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패배시키지 못했다"라며 "헤즈볼라는 가자지구보다 더 크고 산이 많은 지역을 장악하고 있으며, 하마스보다 더 잘 훈련된 군대와 정교한 요새를 갖췄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격렬한 공습은 헤즈볼라의 국경 공격을 막으려는 이스라엘의 결심이 얼마나 확고한지를 보여주지만, 그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게 전쟁 아니면 뭔가"... 국제사회 우려

국제사회는 일제히 자제를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작년 10월 이후 가장 격렬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블루라인 상황이 악화하고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와 피란민 수천 명이 나온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습이 계속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라며 "유엔 인력을 포함해 블루라인 양쪽에 있는 민간인의 안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인명 손실을 규탄한다"라고 전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 안보 정책 고위 대표도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상황이 극도로 위험하고 걱정스럽다"라며 "거의 전면전에 돌입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아니라면 이런 상황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면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우려하는 이스라엘군의 월경이 현실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중동에 소규모 병력을 증파했다.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동의 높아진 긴장을 고려하고 극도의 주의를 기울인다는 차원에서 이미 그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을 증강하기 위해 소수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파견한다"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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