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판 꿈 속 도원, 모든 소리가 폭발하는 이곳
[김형순 기자]
▲ 2024년 광주비엔날레 본관 입구 |
ⓒ 김형순 |
판소리는 판(공간)을 뒤엎는 소리(시간)다. 한국의 독특한 1인 오페라다. 바그너가 말하는 '총체예술(Gesamtkunstwerk)'이다. 이는 서양 오페라처럼 화려하거나 무대가 큰 것은 아니나, 저비용으로도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서민 민중예술이다.
이런 판소리 옷을 입은 현대미술이, 현시대 복잡성의 좌표를 예컨대 사막화, 온난화, 생태계 파괴 등 환경재앙과 국경과 난민 분쟁과 전쟁 재앙 문제 등 지구촌 과제를 이번 국제행사를 통해 얼마나 깊이 성찰하며 대안마저 제시할 수 있을까?
▲ 15회 광주비엔날레 포스터(자료). |
ⓒ 광주비엔날레 |
▲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 섹션에서 선보인 '피터 부겐후트(P. Buggebhout)' 작가의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The Blind Leading the Blind)' 2018-2023. 동물 털과 피 같은 유기물 플라스틱과 고철 같은 합성물 등 폐기물로 만든 작품 |
ⓒ 김형순 |
예술감독 '부리오'가 강조하는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인류세'는 물론이고 인간의 실존이 담긴 '인류애'도 등장할 수밖에 없다. 충돌만 아니라 상생하는 효과를 내면서 인류 미래에 향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야 하리라.
▲ 제1-2실 비엔날레 본전시장 작품 설명에 나선 '니콜라 부리오'(가운데)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과 동료 큐레이터들. 왼쪽부터 '바바라 라지에(프랑스)' 큐레이터와 '소피아 박(미국)' 큐레이터 |
ⓒ 김형순 |
그는 프랑스 철학자인 '알튀세르' 연구자로 지적인 카리스마가 넘친다.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그의 대표작 <관계의 미학>은 미술인에게 필독서다. 40여 개 미술 행사 예술감독을 했다. 파리 '팔레 도쿄'의 창안자였다. 그는 2007년~2009년까지 영국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큐레이터를 했다. 그리고 파리 국립 미대 학장도 역임했다.
그는 판소리를 '공연'이면서 '소리'로 본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라는 장소 특정성을 항상 염두에 둔다, 궁극적으로 공간과 소리를 연결하고 싶어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의미를 보고, 그 안에 담긴 존재의 '소리'를 들으려 한다. 전시장을 걸으면서 소리 풍경화 오페라를 보라고 권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본관 1~2전시실은 '부딪침의 소리(feedback effect)', 본관 3전시실에는 '겹친 소리(polyphony)', 본관 4~5전시실에는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그리고 '양림 숲' 전시로 나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페루, 폴란드 등 국가관 22개, 기관 9개 등 31개 파빌리온으로 확장해 광주시 전역에서 열린다.
▲ 캔디스 윌리엄스(Kandis Williams) I '백인들이 우리를 모두 죽이기 위해 만들어 낸 신과 괴물들' 2024 |
ⓒ 김형순 |
'공포'라는 문학 장르가 작가의 오랜 연구주제다. 이런 연작도 유럽의 식민주의가 저지른 잔학 행위를 견뎌내기 위해 만들어진 식민지적 죽음의 상상력과도 연결된다. 더 넓게는 민족주의와 권위주의 구조, 그런 효과와 영향에 대해 연구한다. 인종 문제, 기타 여러 범주를 탐구하는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 헤이든 던햄(Hayden Dunham) I '귀환 마침내 자유(The Return: Finally Free)' 2024 |
ⓒ 김형순 |
그녀는 무대이든 갤러리이든 자신의 프로젝트가 놓인 공간을 빈 장소가 아니라 내적인 작동 원리로 본다. 유동과 변형의 과정을 탐구한다. 작가는 말한다. "난 인간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순환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가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내 안에서도 우주와 세계가 움직이고 순환하는 것을 느낀다"
뉴욕에서 얼음, 녹은 물, 응축, 증기 등 액체를 담은 조각품을 갤러리 바닥에 까는 전시도 했다. 어느 순간 바닥 웅덩이 색이 바뀌게 하는 전시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그녀는 협업을 연금술에 비유하며 이를 즐긴다. 동료작가 '소피' 등과 같이 작업을 한다. 그녀의 예술은 그런 면에서 틀도 없고 선형적이지도 않다.
그녀는 액체와 소리도 구부리려고 한다. 조각품, 설치물, 음악 등을 우주를 변환시키는 그릇으로 본다. 신작인 위 작품에서 활성탄을 쓴다. 그녀의 변형 아트에 적합한 재료다. 그녀는 모든 사물의 흐름을 냄새 맡고, 느끼고, 보려고 한다. '들뢰즈'가 말하는 '유통의 철학'을 반영한 듯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 프랑크 스컬리(Franck Scurti) I '광주기록' 2024 |
ⓒ 김형순 |
'판'이란 '공간', '소리'는 '시간'을 담고 있다. 죽을 판 살 판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지금 인류는 전쟁과 환경 공포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군가는 인류 멸종을 예견하기도 한다. 요즘 한국은 정치만 아니라 환경도 그 위기감이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목이 찢어지면서 나오는 판소리 같은 예술은 하나의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절규를 조형 언어로 가시화하는 것이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과제다. 그래야 판소리라는 주제가 살아난다. 예술가는 이런 과제를 저항만이 아니라 예술가만이 발휘할 수 있는 메타적 시각언어를 펼쳐야 하리라.
위에서 절규는 아니지만, 긴장감 넘치는 울림이 들려오는 것 같다. 그게 착시나 환청이라도 상관없다. 다만 작가는 그의 최고 능력인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작품에서 판소리에서 나오는 아우성 같은 것을 듣게 해야 한다.
▲ ▲ 필립 자흐(Phillip Zach) I '부드러운 폐허'(soft ruin)' 캔버스와 리넨에 오일과 아크릴 450×840×840cm 2024 |
ⓒ 광주비엔날레 |
▲ 마르게르트 위모(Marquerite Humeau) I '휘젓다' 2024 |
ⓒ 김형순 |
먼저 제3전시실 독일 작가 '필립 자흐(P. Zach)'를 보자. 그는 함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 '미대'에서 공부했다. 현재 독일과 이스탄불을 오가며 활동한다. 다양한 재료와 형식을 도입해 복잡한 공간에 빈 곳을 두어 관객에게 생각의 여지를 준다.
위 제목은 '부드러운 폐허'(soft ruin), 신작이다. 동굴을 연상시킨다. 작가가 산책하다 고치의 거미줄이 공원 나무를 휘감고 있는 장면을 보고 착안했다. 알 수 없는 요소가 호기심을 유도해 관객의 관심을 끈다. 또 하나의 '몰입형' 회화다.
이번에는 제4-5 전시실에 참가한 프랑스 작가 '마르게리트 위모(M. Humeau)'를 보자. 제목은 '휘젓다(Stirs)'. 판소리 '휘모리' 장단이 생각난다. 위모는 과학적이면서도 인문학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를 쓴다. 이번에는 유리 기포를 활용했다. 여러 분야 전문가와 협업해 인간 존재의 신비를 신화적으로 탐색한다.
▲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
ⓒ 김형순 |
다음 2부 기사에서는 '31개 파빌리온, 22개 국가관과 일부 주변 기관의 파빌리온 전시'를 소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https://www.15gwangjubiennale.com/ 와 https://www.gwangjubiennale.org/gb/index.do 등 광주비엔날레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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