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 향한 박진만 감독의 ‘독한 야구’…‘불펜’ 백정현이 보여줘야할 베테랑의 무게

김하진 기자 2024. 9. 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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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주 KIA전에서 등판한 삼성 백정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박진만 삼성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팀 최고참 오승환을 2군으로 내렸다.

오승환은 지난 2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직전 경기였던 22일 키움전에서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놓고 갑자기 무너져 6실점했다. 시작은 1루수 르윈 디아즈의 실책이었지만 오승환이 크게 동요하면서 9회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볼넷에 연거푸 안타를 맞은 데다 김건희에게 3점 홈런까지 얻어맞았다. 9-2로 큰 점수차로 앞서고 있던 삼성은 한 점차까지 좁혔고 급하게 마무리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마무리해야만했다.

박진만 감독은 그동안 오승환의 부진에도 믿음을 유지했다. 오승환의 보직을 마무리에서 중간 계투로 돌린 후에도 베테랑에 대한 예우를 했다. 지난 4일 두산전에서는 이닝 중간에 교체가 불가피해지자 이례적으로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교체를 진행했다.

그동안 필승조로 활약한 최지광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에도 대체선수 중 한 명으로 오승환을 꼽았다. 그 이유로 “요즘에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큰 경기를 경험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무시 못 한다”라며 경험의 가치를 높이 샀다.

하지만 이런 믿음까지 오승환이 저버렸다. 오승환은 플레이오프 엔트리 승선 여부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박 감독도 가을야구를 앞두고 팀의 성적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최선의 전력을 꾸리겠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박 감독이 그동안 경험의 가치를 높게 산 건 삼성 마운드에 젊은 투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된 임창민, 김재윤 등이 있지만 이들은 이적 첫 해고 삼성 유니폼을 입고 가을야구를 하는 건 처음이다.

삼성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동안 삼성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 베테랑 투수들 중 백정현의 역할에 무게감이 실린다.

백정현은 최근 불펜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던 백정현은 최근 4경기 연속 부진하면서 지난 19일 KT전부터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이날 1.2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백정현의 ‘불펜 테스트’는 지난 23일 KIA전에서도 이뤄졌다. 0-5로 뒤처진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백정현은 박찬호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아 실점했지만 8회에는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좌완 불펜 투수가 부족한 삼성이 백정현을 활용해 이 부분을 보완하려는 계산이다. 현재 삼성의 1군 엔트리에 있는 좌완 투수는 이상민 한 명 뿐이다. 좌타자 상대로 1이닝 이하를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9월 들어서 1이닝 이상을 던진 건 두 차례 뿐이었다. 때문에 삼성은 좌완 불펜 부족을 백정현으로 채울 계획이다.

백정현은 2007년 삼성에 입단한 뒤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삼성이 ‘왕조’를 구축했던 2010년대 초반에는 불펜 투수로 팀 마운드를 지켰다. 2014~2015시즌에는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선 경험도 있다.

오승환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삼성은 마운드에 경험을 더해주면서 중심을 잡을 투수가 필요하다. 비록 백정현이 선발 투수로서 기대한 바를 이루지 못했지만 불펜에서라도 그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

박진만 삼성 감독.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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