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충격적이었다"던 찬 국밥, 먹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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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 서령 순면 시그니처 메뉴로 고명은 삶은 달걀과 지단, 가늘게 썬 오이. |
ⓒ 정세진 |
그런데 유행하는 음식에 비교적 담담한 배우자가, 어느 날 꼭 가봐야 할 맛집이 있다며 나에게 강력추천을 했다. 강화도에서 지난 5월 서울 회현동으로 자리를 옮긴 식당 '서령'이다.
육향과 슴슴함의 조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맛
이곳의 오너셰프인 이경희, 정종문 부부는 과거 홍천에서 '장원막국수'를 운영했다. 용인의 유명 맛집인 '고기리 막국수'가 바로 이들에게 기술을 배워 창업한 가게란다. 부부는 평양냉면으로 업종을 변경한 후 강화도에 가게를 열었다.
강화도 서령은 로컬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서 지난 2023년 6월 SBS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했다. 올해 초 부부는 강화도 가게를 접은 뒤 새 공간으로 왔는데, 직장인들이 많은 서울 4호선 회현역 인근이었다.
▲ 들기름 순면 들기름을 넣고 비벼먹는 고소한 국수다 |
ⓒ 정세진 |
평양냉면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면서 육수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일부 가게들이 과하게 진한 육향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정통파' 평냉 마니아들은 육향을 꺼려하고 반대로 육향 때문에 먹을 만 하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론이 길었는데, 서령의 육수는 바로 이 슴슴함과 육향이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절묘하게 밸런스를 잡아냈다. 한입 마시는 순간 '뭐지?'라고 놀란 이유가 이것이다. 깔끔하면서 쨍하고, 진국인데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 밸런스를 찾기까지 오너셰프가 얼마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무튼 육수 맛이 너무 좋았던지라, 나는 별도로 따뜻한 육수를 더 가져다 달라고 요청해서 홀짝홀짝 국처럼 마셨다.
들기름의 고소한 향이 일품인 들기름 순면 역시 두말할 것 없이 최고였다. 듬뿍 올라간 김가루에 역시나 적절한 간이 자꾸 먹고 싶어지게 만든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살아있다. 용인 고기리 막국수를 아직 가보지는 못했는데, 나중에 꼭 한번 방문해 맛을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 접시만두 속이 꽉찬 만두가 충족감을 준다 |
ⓒ 정세진 |
▲ 항정살 돼지수육 촉촉함이 살아있는 수육 |
ⓒ 정세진 |
손만두를 쓴다고 해도 조미료를 과하게 넣거나 당면으로 양을 불리는 식으로 단가를 낮추는 곳이 상당수다. 그런데 서령의 접시만두는 말 그대로 속이 꽉 찼다. 투박해 보이지만 적절한 두께로 씹는 맛을 살린 만두피 역시 정성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냉면집에 가면 왠지 시키기 망설여지는 메뉴가 수육이다. 특히 혼자서 방문했다면 양과 가격 때문에 여러모로 버겁다. 하지만 서령에서는 6000원 가격에 아담 사이즈 100g로 주문이 가능했다.
▲ 냉수반 하루 30그릇 한정의 냉국밥 |
ⓒ 정세진 |
서울의 목 좋은 장소가 아닌, 변방에서 이 정도 실력을 갈고 닦아온 사장님 부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재오픈을 목놓아 기다렸다는 강화도 시절 단골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이처럼 가게만의 또렷한 개성을 키우고 유지해 온 맛집들이 오랫동안 번성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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