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흘렸냐”…‘독대 리크스(leaks)’ 공방에 삐걱대는 당·대 소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의료 개혁 등 산재한 문제를 해결할 장(場)이 돼야 할 당정 만찬이 시작도 전에 ‘독대 리크스(leaks·누출)’ 공방에 매몰된 양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 이후로 만찬 당일인 24일까지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 신경전이 반복되고 있다.

전날까지 “독대 요청을 언론에 사전 노출하는 건 무슨 경우냐”(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반발에 “한동훈 지도부는 독대 요청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사전 노출한 바 없었다”(박정하 비서실장) 며 유출 경로 공방을 벌였던 양측은 24일 당과 대통령실 간 관계 경색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옥신각신했다.

친윤계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일종의 불신(不信) 비용”이라며 “신뢰가 있다면 밥 먹다 모퉁이에 가서 서서라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굳이 독대 요청을 공공연하게 노출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에 대해 친한계 의원은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독대 요청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만남의) 형식 또는 절차가 현안보다 앞서갈 문제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다수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나 여러 시급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이 시점에 누가 먼저 그걸 얘기했냐 논쟁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각에서 ‘흘렸다’ 얘기하지만 그게 아니다”며 “또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는 거 자체가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이냐”고 반문했다. 한 대표는 이어 “이걸 특별한 ‘흠집 내기’와 ‘모욕주기’로 생각지는 않는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만찬에 앞서 한동훈 당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독대 누설 책임론 공방에 급기야 당내에서는 “정치 하면서 처음 보는 광경”(안철수)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정치는 인식이지 않냐”며 “진실로 독대를 요청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이들이 요청했다고 인식하고 있으면 그게 사실화된다. 결국 양쪽 다 큰 상처를 준 대단히 나쁜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한 대표의 팬덤(열성 지지층)인 ‘위드후니’까지 가세해 ‘대통령-당대표 독대’ 릴레이 요청을 이어가며 장외 압박을 하고 있다. 전날 팬 카페 운영진은 “국민의 한 사람,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 혹은 당원으로서 우리 요구를 할 자격이 있다”며 “한동훈 대표는 빠른 시일 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요청했으니 이제 대통령실은 그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기우제 지내듯 매일 요청하겠다”는 글을 게시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