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보다 투표율 더 높을 듯"…美버지니아 사전 투표장 가보니[르포]

강태화 2024. 9. 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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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감 상 지난 대선보다 확실히 많은 사전투표가 이뤄지는 것 같다.” "

2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행정센터. 사전투표장 입구엔 민주당과 공화당의 부스가 설치됐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행정센터를 찾았다. 버지니아=강태화 특파원


23일(현지시간)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 중인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행정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장에서 민주당 부스를 지키고 있던 민주당원 캐서린 슈먼은 “선거가 팽팽하게 진행되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서둘러 투표에 나서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여 미터 옆 공화당 부스에서 안내용지를 나눠주던 공화당원 케빈 맥브로스도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선거가 40일도 더 남았는데 미리 투표하는 방식에 완전히 찬성하지 않는다”며 “사실 사전투표나 우편투표는 충성도가 낮은 민주당에 유리한 방식”이라고 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행정센터. 사전투표장 입구엔 민주당과 공화당의 부스가 설치됐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행정센터를 찾았다. 사진은 공화당 부스에서 안내용지를 배포하고 있는 공화당원 케빈 맥브로스. 버지니아=강태화 특파원

11월 5일 대선까지 40여일 앞두고 있지만 투표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11일 앨라배마주 유권자에게 우편투표 용지가 발송됐고, 20일부터는 버지니아, 미네소타, 사우스다코타 등 3개 주에서 대면 사전투표가 진행 중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버지니아의 경우 본투표 사흘전인 11월 2일까지 40일간 사전투표가 지속된다.

사전투표의 비중은 이미 본투표를 넘어선 상태다. 2020년 대선의 투표율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와중에도 120년 만에 최고치인 66.8%를 기록했는데, 투표자 가운데 69% 가량이 사전투표로 권리를 행사했다. 투표장 내부에서 투표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민주·공화당의 참관인들은 나란히 “이날까지 상황을 기준으로 정확한 숫자를 알려주긴 어렵지만, 투표 참여율이 4년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지금 추세라면 기록 경신도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행정센터. 사전투표장 입구엔 민주당과 공화당의 부스가 설치됐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행정센터를 찾았다. 버지니아=강태화 특파원

일반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사전투표를, 공화당 지지자들은 본투표를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이날 만난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를 반겼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숨은 지지자들이 결집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해리스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산 파울로 콜럼버스는 “지난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와 우편투표에서 일방적으로 졌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내 주변을 봐도 이번엔 공화당 지지자들의 사전투표가 생각보다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상징물인 코끼리 무늬 옷을 입고 투표장을 찾은 샌디 그레이브스는 “민주당은 국경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과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며 “버지니아가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강세지)라고 하지만, 여기서도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고 실제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행정센터. 사전투표장 입구엔 민주당과 공화당의 부스가 설치됐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행정센터를 찾았다. 버지니아=강태화 특파원


버지니아주는 민주당의 강세지로 분류된다. 2004년 대선까지 공화당 우세였지만, 2008년부터 민주당 후보가 4차례 연속으로 승리하며 선거인단 13명을 독식해왔다. 이번에도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투표장엔 입구부터 해리스와 트럼프의 이름이 적힌 홍보 문구가 빼곡하게 들어서는 등 양측의 투표 독려 열기가 가득했다. 한국계 유권자를 배려한 한글 안내문도 곳곳에 보였다.

이날 투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먼저 사전투표에 돌입한 버지니아에서의 높은 투표율이 버지나아에서의 승부뿐 아니라, 향후 실제 대선의 승패를 가를 승부처로 꼽히는 주요 경합주(Swing State)에서의 각당 지지자들의 높은 참여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행정센터. 사전투표장 입구엔 민주당과 공화당의 부스가 설치됐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행정센터를 찾았다. 투표장 입구엔 한글 안내문도 설치됐다. 버지니아=강태화 특파원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스티브 레오나르도는 “버지니아에서도 특히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페어팩스에서 트럼프가 승리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투표율이 낮지만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버지니아 외곽은 물론 향후 진행될 전국 사전투표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처음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해리스를 찍었다는 토마츠 윌슨은 “TV토론에서 해리스가 좋은 모습을 보였고, 트럼프의 말과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여론조사는 팽팽하게 나오고 있다”며 “승부를 결정할 경합주의 민주당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먼저 사전투표가 시작된 버지니아에서 투표에 응했다”고 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행정센터. 사전투표장 입구엔 민주당과 공화당의 부스가 설치됐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행정센터를 찾았다. 버지니아=강태화 특파원

경합주에선 이달 말부터 사전 투표가 시작된다. 26일엔 북부 미시간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남부 조지아엔 다음달 7일부터 우편 투표지가 발송되고, 15일부터는 현장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애리조나(9일), 네바다(16일 우편투표·19일 사전투표), 위스콘신(22일) 등도 본투표에 앞선 사전투표 일정을 앞두고 있다.

버지니아=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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