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리더십 교체 앞두고…한·미·일 "국내 정치 무관 협력 지속"
한·미·일 외교장관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나 "각국의 국내 정치 상황 변화에 상관없이 협력을 지속하자"고 했다. 오는 27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와 11월 미국 대선 후에도 '캠프 데이비드'로 상징되는 3국 협력 체제를 이어나가자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미·일 선거 앞두고…"흔들림 없는 협력"
제79차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 회의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과 3국 외교장관회의를 열었다. 외교부는 3국 장관이 "각국의 국내 정치 상황 변화에 상관없이 한·미·일 협력이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화 노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중요한 정치 이벤트에도 흔들리지 않는 3자 협력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이번 회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긴밀히 협력하고 단호히 대응하려는 공통된 결의"도 강조했다.
이어 "한·미·일은 27년 만에 처음으로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으로 함께하고 있다"며 "국제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한국과 일본 또한 올해 선출직 비상임이사국이다.
블링컨 장관도 "일본과 미국이 정치적 전환기를 거치고 있지만 3국 협력은 그런 변화와 상관없이 우리가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미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미카와 외무상도 "3국의 전략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북한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자민당이 집권당의 지위를 유지하는 만큼 차기 총리가 누가 되든 대(對) 한국 정책의 연속성이 어느 정도 보장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더 큰 리스크는 미국에서 올 수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바이든 표 대외 정책을 순순히 이어받을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캠프 데이비드 체제를 떠받친 '윤석열-바이든-기시다' 3국 정상의 '케미'가 차기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연내 3국 정상회의 개최"
이날 회의에선 연내 3국 정상회의 개최 의지도 재확인됐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8월 "하반기에 두세 차례 국제회의 계기에 세 나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것으로 보여 올해 안에 한 번은 3국 정상회의가 열리면 좋겠다는 공감대를 미·일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별도의 정상회의가 아니라 한-아세안 정상회의(10월 초·라오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11월·페루),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11월·브라질) 등 국제무대 계기에 3국 정상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또 3국은 "차기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사무국' 설립에 대한 발표를 하기로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실제 인력과 예산이 배치된 상설 조직이 갖춰진다면 국가 간 관계의 부침과 국내 정치 등 대내외 변수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교류와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바이든 행정부표 3국 협력에 제동을 걸거나 혹은 과거처럼 한·일 관계가 악화하더라도 사무국이 최소한의 정례적 협력을 보장하는 '안전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北 우라늄 시설 공개에 '우려'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는 지난 2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브라질에서 열린 뒤 약 7개월 만에 개최됐다. 이날 회의는 윤석열 정부 들어 8번째 3국 외교장관 회의다. 3국 장관은 이날 북한의 최근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 발사대 공개, 북·러 불법 군사협력 등에도 우려를 표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번 유엔 총회 계기에 각국 외교장관, 국제기구 대표 등과 20여 차례에 걸친 양자·소다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24일에는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리야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을 여는데 이는 지난 2월 한·쿠바 수교 이래 처음이다. 상주공관 개설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비롯해 북한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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