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다리던 저축은행, PF 부담 덜까…"추가 부실 인식 우려"

임철영 2024. 9. 2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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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금리인하로 PF 부담 줄어들 것"
그간 부실 사업장 정리가 소극적인 탓에
추가 손실 인식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중심에 있는 저축은행 업계가 부담을 덜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선 미국에 이어 한국도 금리인하에 나서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얼어붙은 PF 시장에 온기가 돌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올해 상반기까지 저축은행 업계의 부실 사업장 정리가 적극적으로 이행되지 않은 만큼 한동안 건전성 악화로 손실 인식을 추가로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추정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6조6000억원으로 규모다. 부문별로 본PF 6조5000억원, 브리지론 1조3000억원, 토지담보대출 8조8000억원으로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 규모는 4조5000억원에 이른다. 브리지론과 토담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추가 부실 규모가 최대 3조4000억원 불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미국의 빅컷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금리가 낮아지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면 PF발(發) 부실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간차가 있겠지만 금리인하로 분양가·매매가가 올라가고 부동산 PF 사업성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경·공매 등으로 PF 사업장을 처분할 때도 좋은 조건에 팔릴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저축은행 업권의 1호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이 예정되는 등 최근 들어 전반적인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통화정책에 따라 한국도 금리를 내리면 유의·부실우려로 평가된 PF 매물이 빠르게 처분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바람과 달리 저축은행과 연계된 부동산 PF 사업장의 경우 금리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정리 어디까지 왔는가’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 업계의 전체 PF 익스포저 가운데 부동산 수요 회복의 수혜를 입을 수도권 주거시설 비중은 작다고 진단했다.

실제 나신평으로부터 유효등급을 받은 저축은행 14곳(고려·다올·대신·DB·애큐온·SBI·예가람·OSB·우리금융·유안타·키움·하나·한국투자·한화)의 수도권 주거시설 비중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9%에 그쳤다. 수도권 비주거시설 비중이 전체의 43.9%로 가장 높았고, 지방 주거시설·비주거시설은 각각 18.9%와 8.2%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이 그간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부실 PF 사업장 정리가 본격화하면 금리인하 기조와 상관없이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저축은행 14곳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5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이들 저축은행이 올해 상반기 처분한 부동산 PF 규모는 3193억원에 불과했다. 본PF·브리지론 규모는 각각 540억원과 2653억원이었다.

특히 그간 부실 사업장 정리는 추가 손실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 왔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PF 정리에서 발생한 처분이익은 총 237억원으로 경·공매를 통한 이익 비중이 69%에 달했다. 처분 유형별로 보면 저축은행중앙회 펀드에 매각한 비중이 64.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경·공매는 20.4%, 그 외 매각 유형은 14.9% 수준이다.

사업성이 높은 사업장부터 정리가 이뤄지면서 매각이익이 발생한 결과로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도하는 입장에선 시장에서 좋은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는 사업장이 있다면 펀드보다 경·공매를 선택할 것”이라며 “가장 좋은 매물은 경·공매를 통해 우선적으로 팔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저축은행 업계는 부동산 PF 관련 손실을 추가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신평 측 판단이다. 올해 상반기 동안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장이 먼저 정리되면서 남은 사업장은 사업성이 열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호·보통으로 분류된 사업장 중 일부도 부진한 분양률이나 집중된 만기구조 등으로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이는 대손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나신평은 전체 저축은행 업계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손실 예상치를 2조6000억~4조8000억원으로 집계하면서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를 약 1조1000억~3조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정현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고 있다”면서도 “저축은행 업계는 수도권 비주거 시설과 지방 아파트 비중이 높고, 브리지론과 유의·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도 많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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