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술 커넥티드카 나가라"…미국 결정에 韓 '불안'
[한국경제TV 이영호 기자]
미국 정부가 자동차의 자율주행이나 통신 기능에 중국이나 러시아산 소프트웨어나 부품을 사용하는 자동차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한국 기업이 금지된 소프트웨어나 부품을 현재 사용하고 있을 경우 공급망 조정이 불가피해 일부 부담이 예상된다.
미국 정부의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경쟁자인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반사이익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차량연결시스템(Vehicle Connectivity System·VCS)이나 자율주행시스템(Automated Driving System·ADS)에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가 있는 특정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규정안을 발표했다.
VCS는 차량이 블루투스, 셀룰러, 위성, 와이파이 등을 통해 외부와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이며, ADS는 운전자 없이도 차량이 스스로 작동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3∼5단계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기능이라고 상무부는 설명했다.
이번 규정안은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의 기술을 탑재한 커넥티드 차량의 미국 판매가 늘어나 안보에 큰 위험이 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커넥티드 차량은 무선 네트워크로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일명 '스마트카'로, 요새 출시되는 차량 중 이런 기능을 일부라도 탑재하지 않은 차량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상무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커넥티드 차량을 해킹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차량 자체를 원격 조종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브리핑에서 규정안을 소개하면서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적국이 미국에서 운행 중인 모든 자국산 차량을 동시에 시동을 끄거나 통제해 사고를 일으키고 도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좋은 소식은 지금 당장 미국의 도로에는 중국산이나 러시아산 차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도로가 그들의 차로 채워지고 위험이 매우 커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규정안은 금지 대상을 "중국이나 러시아가 소유, 통제, 지시하거나 관할에 두고 있는 사람(또는 기업)이 설계, 개발, 제조, 공급"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규정안은 중국 기업이 소수 지분을 보유한 미국 법인이더라도 모회사가 중요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 중국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해석해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규정을 우회하는 것도 어렵게 만들었다.
이번 규정안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지만, 이 두 국가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커넥티드 차량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국가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한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공급망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이 되는 부품과 서비스로 한정하고 유예 기간을 달라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제출한 바 있으며 세계 다른 주요 자동차 업체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상무부는 자동차 업계 요청을 수용해 금지 규정을 바로 적용하는 대신 소프트웨어는 2027년식 모델부터, 하드웨어는 2030년식 모델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차를 포함해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주요 업체들을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지금의 커넥티드 차량 공급망에서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기술이 실제 매우 작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 규정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대체 공급업체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규정안에 포함된 준비 기간 덕분에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필요한 전환을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제조사들에는 너무 짧은 기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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