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안전상비약’ 절실…편의점업계, 제자리 걸음 법안에 답답
무약촌 등 약국 대체제로 활용
편의점업계를 중심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안전상비약품 구입이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또 다시 안전에 대한 공백이 생길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특히, 대형 종합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에 의사들까지 가세하면서 대학병원 이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의료접근성이 낮은 심야시간대 시민들의 상비 의약품 구입에도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 추석 기간(9/13~18) 안전상비의약품 매출 신장률은 전주 동기(9/6~11) 대비 49.4%를 기록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소화제(72.1%), 감기약(52.0%), 진통제(3.9%), 파스류(31.5%) 순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의 안전상비의약품 매출은 42.6% 올랐다. 그 중에서도 소화제가 64.4%로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또 세븐일레븐의 안전상비의약품 매출 역시 40% 증가했다. 특히 소화제가 65%로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고 감기약과 해열제는 각각 35%, 40% 증가했다.
안전상비약 판매제도는 의약품 구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약국 외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 한해 의약품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편의점은 2012년 11월 부터 해열진통제 5종과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등 13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제도 시행 12년이 지났지만 13개 품목이 변화 없이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라 약국 외 판매 상비약은 일반의약품 중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 가능한 약 중 복지부 장관이 20종 내에서 지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약사법에서 정하는 수만큼 품목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타이레놀 80mg, 160mg 생산 중단으로 총 11개 품목만 취급되고 있다. 이후 복지부가 대체약 추가 지정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했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안전상비약 품목은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재평가 및 재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가 2017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6차례에 걸쳐 개최됐지만 품목 점검 및 재조정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공전했다.
남은 하반기에도 안전상비약 품목 재검토를 위한 보건복지부의 안전상비약 자문위원회는 활동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복지부는 총선 이후 안전상비약 확대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의대 정원 확대 이슈가 불거지면서 활동이 미뤄지고 있다.
대한약사회 측에서는 약에 대한 접근성은 편의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응급실에 가야 할 환자가 대신 약을 먹고 상태가 더 악화하는 등 오남용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건강과 안전에 직접 연관되는 제품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가맹본부들은 1인 1회 1품목 판매 준수를 위해 동일 점포에서의 초과 및 중복 구매 불가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판매 등록 허가를 받았지만,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가맹점은 의약품 발주를 차단하는 등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약국이 문 닫는 심야시간대와 명절 등에 편의점에서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집중되는 만큼 안정상비약품과 관련해 철저히 관리하고자 하고 있다”며 “현재 계산기 프로그램 상으로 한 명이 한 개 품목에 대해 1개씩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국민 편의를 위해 편의점 상비품 판매 품목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편의점 안전 상비약은 심야 시간대 공백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병의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산간 등 의료 인프라 열악 지역에서는 약국 대체재로 이용되고 있어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 매출 비중은 1%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급하게 약이 필요한 소비자들을 위해 공적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가 크다”면서 “제산제, 지사제, 화상연고 등 안전성이 높은 소비자 요구 품목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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