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1번지' 강남 제쳤다…1년 만에 학원 370개 늘어난 이곳
정부가 10년 넘게 사교육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교육열이 높은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학원 수가 급증했고, 사교육비는 최근 3년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국교위가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경제학과) 연구팀으로부터 제출받은 ‘사교육 원인 분석과 대책’ 최종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교육부와 통계청 등의 자료를 분석해 사교육 현황과 원인, 정부의 사교육 정책 효과 등을 짚었다.
학원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화성…‘동탄 신도시’ 효과
연구팀이 교육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국내 학원 수는 지난해 기준 총 8만 8738개로 2007년(6만 7649개)보다 31% 늘었다. 이들 학원이 일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92만5710명이다. 초·중등학생 수(520만9029명)의 113%에 해당한다.
시도별로 학원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2만4422개)로 전체의 27.5%를 차지했다. 뒤이어 서울(1만4832개), 경남(6279개) 순이었다. 연구팀은 “최근 신도시 개발 및 이에 따른 인구 유입으로 인해 경기도의 사교육 공급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학원 외 교습소, 개인과외 교습자 등 사교육 서비스 업종을 폭넓게 포함한 통계청 ‘전국 사업체조사’에서도 수도권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1년 전국 시·군·구 중에서 학원(교습소·개인과외 교습자 포함)이 가장 많았던 곳은 경기도 화성시였다. ‘사교육 1번지’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3679개)보다 많은 3911개의 학원이 있었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최근 동탄 신도시를 중심으로 학생 유입이 늘어나며 학원 개설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대구 수성구(2867개)·경기도 성남시 분당구(2622개)·경기도 부천시(2545개)·경기도 남양주시(2511개) 순으로 학원이 많았다.
이듬해에도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사교육 시장이 더 커졌다. 경기도 화성시는 1년 새 학원 370개가 개설돼 4281개로 늘었다. 서울 강남구(3724개)·대구 수성구(2968개)·경기 분당구(2782개)·경기 남양주시(2746개)·경기 부천시(2627개) 등 나머지 지역도 학원 수가 모두 늘었다.
반면 인천 옹진군·전남 신안군·대구 군위군 등 도서 지역은 사교육 공급이 부족했다. 울릉군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학원은 8개였고, 강사 또한 14명에 불과했다.
“영어 초 1학년부터…내신 외부 평가해야”
사교육비 총액은 최근 3년 간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교육부가 조사를 시작한 2007년 당시 20조 400억 원이었던 사교육비 총액은 EBS 수능 연계정책 등으로 2015년 17조 8000억 원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사교육비는 3년 연속 반등해 지난해는 27조 원을 돌파했다.
연구팀은 최근 몇 년 동안 사교육 경감을 위해 도입했던 각종 교육 정책이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시험에서 교육과정 범위 외 시험 출제를 금지하고 있는 선행학습금지법의 경우 “선행 학습 광고만을 금지하는 수준에 그쳤고 공교육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했다”고 평가했다. 중 1 시기에 중간·기말 시험을 없애 학생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의 자유학년제에 대해서도 “성적이 우수하고 가계소득이 높은 학생들은 이 기간 사교육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대안으로 초등 1·2학년 영어 교육 확대 등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제안했다. 영어 유치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초등 1학년부터 영어 정규 교육을 편성하면 사교육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국교위에서 논의됐던 외부 기관의 내신 평가 방안도 거론됐다. 연구팀은 “절대평가로 인한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고 학교 간 학력 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국 고교가 동일한 외부기관이 학생의 학업 성취수준을 평가해 학생부에 반영하는 식으로 공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을 이끈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는 “사교육을 경감하기 위한 정책이 반복된 실패에서 벗어나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교육 수요의 원인과 속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교육을 유발하는 복합적인 원인 중 학생 성취도와 공교육 경쟁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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