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두 창업가문 민·형사 전쟁…檢 '배임 수사' 쟁점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75년 만에 최씨·장씨 두 창업자 가문의 동업관계가 깨지면서 검찰 수사 등 민·형사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의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양측 주장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신속한 수사로 기업 피해를 막고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지난 19일 장형진 영풍 고문과 영풍 사외이사 3인(박병욱 회계법인 청 대표, 박정옥 설원복지재단 이사, 최창원 전 국무총리실 제1차장),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김광일 MBK 부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하루 만인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김용식)에 사건을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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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집주인 빠진 매매”…檢 “신속 수사”
고소장에서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가장 주요한 영업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대표이사 2인이 부재(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구속)한 상태에서 장형진 고문의 지시 하에 영풍 사외이사 3인이 이사회를 열어 주주총회도 없이 결의한 것은 부당하다”며 “영풍에 손해를 끼치고, MBK에 이득을 안기는 배임 구조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주인이 없을 때 세입자들끼리 집을 넘긴 것(고려아연 관계자)”이란 취지다.
앞서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지난 12일 MBK에 보유지분 33.13% 중 절반(16.56%)+1주를 넘기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튿날 MBK는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주당 66만원에 내달 4일까지 추가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우호지분 포함)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최씨 일가)이 33.99%, 장형진 영풍 고문 측(장씨 일가)이 33.13%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MBK가 장씨 일가와 손잡고 최씨 일가를 몰아낼 공개매수에 최대 2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것이다.
MBK에 지분 넘긴 과정 적법했나…檢수사 쟁점은
법조계 일각에서는 배임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 전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상장 주식을 무작정 싸게 넘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대표가 구속됐어도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M&A 전문 변호사는 “고려아연이 영풍의 주요 자산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퉈질 것”이라며 “회사의 존폐를 가를 만큼 중요한 자산의 처분이라고 인정될 경우 상법 374조에 따라 매우 예외적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데, 이 사건은 이사회 결의로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동 넘어올 분쟁 산적…법원은 가처분 심문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부장 김승정)은 영풍이 지난 13일 고려아연 회계장부를 열람·등사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가처분 사건을 심리한다. 최윤범 회장의 원아시아파트너스·SM엔터테인먼트·이그니오홀딩스 투자 등이 고려아연에 재무적 손실을 가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심문기일은 오는 2일이다. 한편 고려아연이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양측의 민·형사 분쟁은 조만간 7~8건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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