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은 독대 거부, 韓은 3자 만남 거부…커지는 '빈손 회동' 우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4일 만찬 전 독대가 무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오후 브리핑에서 “만찬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보면 된다”며 “독대라는 것이 꼭 내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잖나. 추후 별도 협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약 50분 뒤 한 대표는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독대를 거듭 요청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 꼭 (독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대표의 독대가 무산되고, 곧이어 여당 대표가 ‘신속한 독대’를 요청하는 등 양측에 냉기류가 흐르자 정치권에서는 “윤·한(尹·韓) 갈등의 현주소가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독대 무산을 두고 여권에서는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먼저 독대 필요성에 대한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의 시각차가 컸다. 한 대표 측은 “밥만 먹고 사진만 찍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줄곧 독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대표가 독대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반면 대통령실의 생각은 달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만찬이 담판 형식이 돼선 곤란하다”고 독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다른 관계자도 “(만찬은) 여당 지도부 완성 뒤 하는 상견례 성격이 더 강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외부에 알려진 것을 두고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독대는 긴요한 얘기를 나눌 때 하는 것인데, 언론에 알려지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특히 대통령실에 따르면 24일 만찬 전 독대 대신 추경호 원내대표를 포함한 ‘3인 차담회’를 하는 방안을 한 대표 측에 제안했지만, 한 대표 측이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잇따른 당정 파열음에 24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남이 ‘빈손 회동’으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만찬에는 윤 대통령과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및 주요 수석이 참석하고, 여당에서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 소속 16명이 참석한다. 최소 20명 이상이 참석해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긴 어려운 자리다.
특히 한 대표에 대해서는 “반복되는 대통령실과의 갈등 속에 취약한 여권 내 입지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과 김 여사 문제 등 ‘난제’를 풀 단초를 찾겠다는 구상이었다. 의료 공백을 해소할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한 대표의 위기의식도 컸다고 한다.
한 대표 측 인사는 “의료계의 참여가 관건인 협의체 문제는 대통령과 ‘의제 자체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봤다”며 “김 여사 문제는 유감 표명까진 어렵더라도 ‘신속한 제2부속실 설치’를 약속하는 등 당정이 함께 자세를 낮추길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독대 무산으로 한 대표의 운신 폭이 당분간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정 갈등과 김 여사 문제는 당정이 손뼉을 마주쳐야 하는, 한 대표 개인플레이만으론 돌파하긴 힘든 이슈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대통령실이 한 대표와 거리를 두면서 문제 해결의 ‘중재자’를 자처한 한 대표의 역할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 대표 입장에서 만찬이나 독대보다 시급한 것이 당정의 상시 소통 복원”이라고 분석했다.
친한계에서는 불만이 나왔다. 한 친한계 인사는 “독대를 피하는 이유는 결국 껄끄러운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논의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다른 친한계 의원도 “‘당정이 원팀이 되자’는 식의 결론을 낼 만찬을 할 거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만찬 참여에 대한 회의론도 나왔다고 한다. 또 이날 친한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서는 “한 대표가 단체 만찬에서라도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는 제안이 쏟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당정 지지율이 고전하는 가운데, 24일 만찬마저 ‘빈손 회동’으로 끝나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리얼미터의 19~20일 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3%였고, 국민의힘은 35.2%였다. 지난 조사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수치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공멸 위기감보다 윤·한 간극이 더 큰 것이 지금 여권의 문제”라며 “적어도 당정이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처절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애티튜드(attitude·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손국희ㆍ박태인ㆍ윤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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