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는 왜 러시아 심사위원과 악수 거부했나
지난 6월 세계 3대 콩쿠르로 일컬어지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올해 바이올린 부문 우승은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에게 돌아갔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시작된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도비첸코의 우승은 큰 주목을 받았다. 우도비첸코가 24일 울진, 25일 경주, 29일 서귀포에서 준우승자 조슈아 브라운과 함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수상자 콘서트’를 가지는 한편 26일엔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에 나선다. 그리고 30일엔 한국의 어린 바이올리니스트 3명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23일 서울 강남구 레베누보 빌딩 쇼팽홀에서 만난 우도비첸코는 “한국은 처음이지만 양인모, 최송하 등 한국의 재능있는 또래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여럿 알고 있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어 “이번에 1주일 정도 꽤 길게 머물면서 다양한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우도비첸코는 비올리스트 부모 밑에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다만 비올라가 아니라 바이올린에 흥미를 느꼈다. 이후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 음악학교를 졸업한 그는 2016년 독일 에센 폴크방 대학으로 유학 와 러시아 출신의 보리스 가를리츠키를 사사했다. 2022년부터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에게 배우고 있는 그는 2022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3위, 지난해 몬트리올 콩쿠르에서 우승에 이어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나 자신에게도 의미가 크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짧은 순간이나마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전쟁이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이후 연주가 정말 많아졌다. 나를 둘러싸고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었는데, 아직 그 변화에 잘 따라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고 웃었다.
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자유곡으로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러면서도 시상식에서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악수를 거부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예전에 소비에트 연방 국가였기 때문에 러시아 작곡가에 친숙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음악 자체는 정치적 맥락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지금 현실에서 제가 느끼는 감정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쇼스타코비치는 구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지만 스탈린 정권의 탄압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우도비첸코는 또 “레핀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다. 그가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악수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 내 스승도 그렇고 주변에 많은 러시아 연주자들과 가깝게 지낸다”면서 “다만 우크라이나인으로서 러시아 문화부가 지원하는 트랜스 시베리아 아트 페스티벌 음악감독인 레핀을 비롯해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당시 심사위원 중에 다른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부모는 원래 우크라이나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러시아 침공 이후 어머니만 리투아니아와 슬로바키아로 피난을 떠났다. 그리고 2년 만인 최근에야 어머니는 아버지가 있는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 그는 “내 경우 다행히 부모님이 무사하시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대해 한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도비첸코는 오는 11월 고양 아람누리에서 개최되는 제2회 DMZ OPEN 국제음악제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내한할 예정이다. DMZ가 상징하는 평화에 걸맞는 연주자로 우도비첸코가 낙점됐기 때문이다. 우도비첸코는 11월 13일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리사이틀을 선보이고, 16일 폐막공연에서는 DMZ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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