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출근하면 머리 지끈’ 70%는 편두통… 증상 모르는 경우 많아

민태원 2024. 9. 24.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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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경험 직장인 설문조사
어도비스톡

한쪽 혹은 양쪽 통증… 구역감 등 개인별 차이
스트레스·과식·불규칙 생활패턴 등 주원인
냄새·소음·빛에 노출시 상태 더 악화될 수도
응답자 82% ‘편두통=한쪽만 발생’ 잘못 인지
직장내 교육·치료 독려 분위기 조성 필요

30대 여성 A씨는 두통 때문에 회사를 조퇴하거나 업무를 방해받는 일이 잦다. 두통이 시작되면 어지러움과 구역감,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을 느껴 출근을 하더라도 자리에 앉아있기 힘들거나 일에 집중하기 어려움을 느낀다. 국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A씨처럼 두통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이 호소하는 두통의 약 70%는 편두통에 해당됐다. 하지만 두통 경험자 80% 이상은 편두통을 주로 머리 한쪽에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었고 상당수는 빛·소리·냄새 공포증이나 구토·구역감이 편두통의 증상임을 알지 못하는 등 인지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직장인 대상 두통 및 편두통 질환 인식 개선과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두통을 겪는 직원들에 대한 치료 독려, 직장 내 두통 유발 환경 개선 등에 기업들의 관심과 노력 또한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괴롭히는 편두통

대한두통학회는 지난달 직장인 온라인 플랫폼 ‘리멤버’ 이용자 가운데 최근 1년간 두통을 경험한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설문 결과(중복 응답)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지난 1년간 겪은 두통 증상으로 ‘머리가 눌리거나 조이거나 띠를 두른 것 같은 느낌’(40.6%), ‘바늘로 순간적으로 1~3초 정도 콕콕 찌르듯이 아픔’(24%), ‘심장이 뛰듯이 머리가 욱신거리거나 지끈거림’(17.4%) 등을 꼽았다. 또 동반 증상을 묻는 질문에 ‘평소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던 소음들이 불편하게 들림’(71.2%), ‘빛·밝은 곳이 거슬리거나 불편하게 느껴짐’(51.6%), ‘속이 메슥거리거나 울렁거림’(40.6%), ‘구토가 나타남’(17.8%) 등으로 답변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통학회가 분석한 응답자들의 두통 유형은 편두통이 69%로 가장 많았고 일반인이 흔히 겪는 긴장형 두통(18%), 하루 1회 이상 수초간 찌르는 듯한 원발찌름 두통(5%), 기타(8%) 순이었다. 편두통 환자(344명) 중 20%는 두통이 한 달에 8~14일 나타나는 고빈도 ‘삽화 편두통’(14%)과 월 15일 이상 겪는 만성 편두통(6%)에 해당됐다.

편두통은 과민한 뇌에서 발생하는 염증으로 인해 나타나고 촉발 원인은 다양하다. 한쪽 혹은 양쪽 머리 모두에 통증이 있을 수 있고 체한 느낌, 구역·구토, 빛·소리 공포증 등 동반 증상 역시 개인마다 달라 진단이 쉽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편두통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10대 질환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두통학회 홍보 간사인 이혜정 중앙대 광명병원 신경과 교수는 “특히 직장인에게 자주 관찰되는 스트레스, 피로감을 비롯해 과식이나 절식(금식) 같은 불규칙한 생활패턴, 주말에 몰아서 자는 안 좋은 수면 습관 등이 편두통을 유발 혹은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평소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규칙적 생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편두통 환자는 냄새, 소음, 빛에 노출되는 직업 환경에 근무할 경우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키보드나 타자 소리, 시계 초침 같은 반복적이고 낮은 소리, 주변인의 음역대 높은 목소리도 편두통을 촉발할 수 있다. 컴퓨터의 밝은 화면, 형광등, 햇빛도 편두통 환자에겐 거슬릴 수 있다는 게 학회 의견이다.

이런 편두통은 개인 삶의 질은 물론 업무 능률 저하로 이어져 노동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 연구에 의하면 회사에 출근은 했지만 육체·정신적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못할 때 업무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프리젠티즘(Presenteeism)’의 원인 중 편두통이 16%를 차지했다.

질병 인식 낮아… 직장 내 교육, 환경 개선 필요

문제는 편두통이 개인 일상과 직장,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이다. 직장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2%가 편두통을 머리 한쪽에만 발생하는 거로 잘못 알고 있었다. 또 빛, 시야, 소리, 냄새, 구토, 구역감 등을 편두통 동반 증상으로 인지하는 비율이 각각 절반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편두통 증상을 겪고 있더라도 자신이 편두통 환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통학회 홍보 이사인 손종희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교수는 “질환명으로 인해 편두통을 한쪽 머리에 발생하는 두통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회가 올해 ‘슬기로운 편두통 생활’이라는 질환 인식 캠페인을 통해 편두통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두통학회 부회장인 문희수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또 “향후 직장인 대상 편두통 교육 및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기업체에서도 직장 내 두통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두통 및 편두통을 앓는 직원들의 업무 능률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병·의원을 찾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편두통은 완치가 어렵지만 관리만 잘한다면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두통이 있을 때 빨리 통증을 줄여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급성기 치료’와 편두통 발작의 빈도와 강도, 지속 시간을 줄이고 약물의 과도한 사용을 줄이기 위한 ‘예방적 치료’가 가능하다. 편두통 발작이 한 달에 1~2회 이하이고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경우 급성기 치료를 하면 되지만, 월 3~4회 이상 발작이 일어나거나 발생 횟수가 월 1~2회라도 일상에 방해가 된다면 예방적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신경과 조수현 교수는 “최근 편두통 발병 기전에서 뇌혈관을 확장하고 신경 염증을 일으키는데 주요 작용을 하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단백질(CGRP)’이 밝혀지면서 CGRP를 표적으로 한 예방적 약물이 도입돼 다양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으로 1~3개월마다 주사 맞는 약제(CGRP 항체 주사)가 있고 지난 5월 편리하게 하루 한 번 먹는 형태의 경구제(CGRP 수용체 길항제)도 허가받았다.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적절한 치료제를 처방받으면 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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