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후판 가격 두고 줄다리기 하는 조선-철강업계

백재연 2024. 9. 24.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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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철강업계가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 책정을 두고 치열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야기가 나오는 t당 80만원 후반에서 90만원 초반대 가격은 사실상 마진이 없는 가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과거 조선업계가 불황일 때 철강사들이 후판 협상에서 양보를 해줬던 만큼 이번에는 조선업이 도와줄 차례"라고 말했다.

15년 만에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에서는 후판이 선박 제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만큼 가격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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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부진 철강 “조선 양보 차례”
원가절감 조선 “원자재가 인하”


조선과 철강업계가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 책정을 두고 치열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손해를 조금이라도 보전하기 위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조선업계는 원가 상승을 막기 위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합의한 후판 가격은 t당 90만원대 초반이다. 지난해 하반기 협상가였던 90만원대 중반에서 소폭 하락한 가격이다. 현재 두 업계는 하반기 후판 가격을 동결할지 이보다 더 낮출지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두 업계는 상·하반기 2번 후판 가격을 정한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된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방 산업 경기 부진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후판 가격을 더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철강사는 현재 중국이 과잉생산한 후판 물량을 관세가 없는 한국으로 저가에 밀어내고 있어 울상이다. 중국산 후판 수입가는 t당 70만원대로 국내 후판 유통가격 대비 10만~20만원가량 저렴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야기가 나오는 t당 80만원 후반에서 90만원 초반대 가격은 사실상 마진이 없는 가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과거 조선업계가 불황일 때 철강사들이 후판 협상에서 양보를 해줬던 만큼 이번에는 조선업이 도와줄 차례”라고 말했다.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하) 영향으로 투자가 늘어나 철강업계도 업황 회복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데 대해선 “철광석 가격이 올라 철강사가 판매하는 제품까지 가격이 반영되는 데는 최장 6개월까지 걸린다”고 설명했다.

15년 만에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에서는 후판이 선박 제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만큼 가격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도 내리는 추세다. 지난 1월 t당 약 140달러던 철광석 가격은 최근 90달러 초반까지 하락했다. 또한 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주력으로 건조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경우 적정온도 유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려면 품질이 낮은 중국산 후판을 무작정 사용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품질이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LNG 선박의 경우 특수강이 필요한데, 이를 중국산으로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각 업계에서는 10월 말은 돼야 협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협상도 12월 말쯤 마무리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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