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암구호까지 사채 담보로…한계에 이른 군 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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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군부대 간부들, 사채업자에게 암구호 제공
끊이지 않는 군 기강해이 사건, 전면 쇄신 시급해
군 간부들이 민간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3급 군사비밀인 암구호(暗口號)를 담보로 제공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군경은 관련 사건을 포착해 조사한 뒤 전주지검으로 송치했다고 한다. 충청도 지역에 있는 군부대 복수의 간부들이 올해 초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담보로 제공한 정황이 발각된 것이다. 군 주변에선 전·현직 간부와 사채업자들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번 사건이 조직직으로 이뤄졌거나 일회성이 아닐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암구호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위해 사전에 약속된 특정 단어를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주고받는 피아 식별 암호다. 질문의 단어가 감자이고, 대답이 고구마일 경우 감자라는 언급에 고구마라고 답하는 식이다. 암구호가 일종의 출입문 비밀번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군은 훈련병 시절부터 암구호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비밀로 관리하며 수시로 바꾼다. 이를 전화로 전파하는 것도 금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비밀을 군 간부가 개인 돈거래를 하며 제공한 게 사실이라면 아연실색할 일이다. 우리 군의 경계, 즉 국가의 안전이 그대로 뚫릴 수 있는 사건이다.
어쩌다 보안이 생명인 군이 안방을 통째로 내줄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나. 우선 사법당국은 철저히 수사해 사건 관련자를 빠짐없이 색출해야 한다. 또 가장 원칙적인 법 적용을 통해 본보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군 당국 역시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
최근 군에선 어이없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정보사 간부가 동료 블랙요원들의 신상정보를 중국에 넘기며 흥정하는 ‘정보 장사’를 해 대북 첩보망을 위기에 빠뜨렸다. 또 다른 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선 정보사 여단장이 상사인 사령관에게 대들며 둘이 맞고소하는 사건도 있었다. 한·미 연합훈련 기간 중엔 부대 안에서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오물 풍선 살포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개인의 일탈로 넘기기엔 우리 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
군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기강 확립과 물샐 틈 없는 경계를 앵무새처럼 되뇐다. 그러나 말로만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탓인지 각종 사건은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간부들의 정신교육을 강화하고, 엄정한 군 기강의 조성에 나서길 바란다. 또 간부들의 선발과 진급 심사를 보다 투명·공정하고 철저하게 해 자질 향상에도 힘을 기울이는 등 근본적 대책에 나서길 기대한다. 정치적 논란 끝에 우리 안보의 사령탑에 오른 김용현 국방장관의 쇄신 조치를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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