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현덕의 AI Thinking] 진시황도 꿈꾼 영생… ‘역노화 연구’ 청사진 기대 높이는 AI·OI

2024. 9. 2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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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빠른 데이터 분석·높은 정확도
맞춤 치료·적합한 약물 처방 탁월
인간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OI는
암 속성 밝히고 난치병 치료 도전

왼쪽 이미지부터 불로장생을 추구한 권력자들, 노화된 피부를 젊은 피부로 전환하는 모습, 역노화 연구 장면. 감마·코파일럿 생성 이미지

우리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다. 천하의 부호도, 권력자도, 명의도 피하지 못한 숙명이건만 고대로부터 인류는 죽지 않고 영생과 권세를 누리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곤 했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영생에 대한 집착으로 불사의 비약을 찾으려고 했다. 도사들에게 ‘영생의 약’을 만들라고 주문했고, 동해의 어느 ‘신비한 땅’에 가서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명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시황은 자신이 불사의 약으로 믿고 먹었던 수은 때문에 오히려 중독돼 죽었다고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고자 벌꿀, 당나귀 젖, 발효된 맥주로 목욕했다고 한다. 그녀는 로마의 권력자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사로잡았으며, 젊음과 아름다움이 곧 권력이라고 믿었다. 중세의 교황 인노켄티우스는 나이가 들고 죽음이 다가오자 젊은 피를 수혈받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과연 인간은 노화를 되돌려 영원히 살 수 있을까? 후성 유전체(epigenome) 이론에 따르면 선천적인 유전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환경적 요인이나 생활습관 등에 의해 세포는 손상되고, 질병이 생겨나고, 노화가 촉진된다고 한다.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는 후성 유전체라서 소프트웨어를 초기화하는 것처럼 시계를 되돌려 정체성을 회복하는 ‘역노화(Reverse Aging)’가 가능하다(Cell, 2023년 1월 19일)고 보았다.

최근 ‘역노화’ 연구의 혁신성은 노화를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통적인 의학 패러다임과 달리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젊은 세포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노화와 질병은 되돌릴 수 있다고 보았다. 노화 관련 심장 질환과 알츠하이머는 물론이고 피부, 입술, 망막, 혈관 등 다양한 부위에서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혁신적인 기술인가?

역노화의 연구에는 오토파지 등 유전자 기반 치료, 세포 재프로그래밍, RNA 기반 표적 처방, 세놀리틱스 약물 처방 등 다양하다. 문제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다. 바로 여기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생겨난다. AI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오랜 시간을 들여 수천개의 분자를 추출하는 작업을 단 몇 분 이내로 빠르게 식별한다. 대규모 화합물 데이터베이스에서 노화를 지연시키는 세놀리틱스 후보 물질을 효율적으로 찾아내고 평가할 수 있다. AI는 환자의 유전자, 나이, 질병 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고, 가장 적합한 약물 처방을 제안할 수 있다. AI는 역노화 약물 후보군 탐색, 임상시험 데이터 분석 그리고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 등에 기여한다.

2023년 5월 매사추세츠공대(MIT) 제임스 콜린스 연구팀은 심층신경망(DNN) 기반 AI 모델을 사용해 수천개의 화합물을 스크리닝하고, 신경망을 훈련시켜 80만개 이상의 물질 중 노화된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후보들을 식별했다. 이는 마치 항생제가 세균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방식처럼 섬유화, 염증, 암 등 노화 관련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데 매우 유망한 노화 치료법으로 간주되고 있다(Nature Aging, 2023).

역노화를 돕는 AI는 마치 과거에 성공했던 요리 레시피를 바탕으로 새로운 맛을 예측하는 것과 같이 이전에 사용된 노화 제거 물질에 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계속 조합을 해본 뒤 가장 성공적인 조합(새로운 약물 후보)을 찾아낸다. 또한 AI는 세포 이미지를 보고 노화된 세포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현미경 이미지를 분석하고 암세포를 탐지한다. 대용량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시간은 크게 단축되고, 정확도를 95%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AI 알고리즘은 서포트 벡터 머신(Support Vector Machine),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합성곱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등 다양하다. AI는 재생 의학, 질병 연구 그리고 약물 발견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AI는 그 자체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처럼 됐다. 하지만 AI가 인간의 생명과 복지라는 궁극의 내용을 지원하는 방향을 잡을 때 더욱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약 100만개의 살아 있는 인간의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뇌 오가노이드’는 불과 2㎜의 작은 ‘접시 지능(DishBrain)’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존스홉킨스 연구진은 이를 ‘오가노이드 지능’(Organoid Intelligence·OI)이라고 명명했다.

OI는 망막 등 인간의 감각기관과 연결돼 바이오 피드백이 가능한 지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암이나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의 속성을 밝히고 난치병 치료에 도전한다(Frontiers in Science, 2023년 2월 28일)는 목표를 정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OI 역시 인간 두뇌 모델에서 학습했다는 점에서 AI와 공통점이 있지만 감각 처리 같은 인지 기능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실리콘 기반의 AI보다 훨씬 획기적이다. OI는 앞으로 AI 연구에도 흥미롭고 신선한, 파괴적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적은 에너지 사용과 더 빠른 의사결정, 작업 도중 지속적인 학습, 데이터 효율성 제고 등으로 장점이 많다. 진시황제나 클레오파트라가 이 혁신적 기술을 접했다면 “유레카! 불로초!”를 외치며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지 않았을까?

여현덕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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