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주택 세제 완화 ‘2라운드’…1주택자 5만 명 종부세 벗어나나
정부와 여당이 이전 문재인 정부 때 급격한 세 부담 증가로 인해 ‘세금이 아닌 벌금’ ‘세금 폭탄’이라는 비난까지 받은 보유세제(재산세+종부세)의 몸통을 손본다. 지난 국회에서 완결하지 못한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 폐지를 다시 추진한다. 주택 증여 세금도 줄이기로 했다. 주택 세제 완화 ‘2라운드’다. 고가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가 수혜를 많이 입을 전망이다.
공시가 상승률 절반 이하로 내려가
정부는 지난 12일 종부세 가격을 매기는 방식을 뜯어고치는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공인가격인 셈인 공시가격은 60여 가지 행정제도의 기초 자료로 쓰이는데 보유세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주택분 재산세 부과 건수가 1949만 건이고 지난해 주택 종부세를 낸 사람이 35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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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공시가 산정체계 변경 발표
문 정부 ‘현실화계획’ 폐기가 핵심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추진
가을 국회서 통과될지 두고봐야
」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세율을 적용해 산출된다. 정부는 앞서 공시가격 중 실제 세금 계산에 반영하는 금액(과세표준)과 세율을 낮춰 보유세 부담을 줄였다. 이번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은 보유세의 뿌리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합리화 방안에서 공시가격을 부풀려온 문 정부의 현실화 계획을 접고 전년도 대비 시세 변동률만 반영하기로 했다.
현실화 계획은 문 정부가 2020년 부동산 유형에 따라 평균 53.6~69%인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2035년까지 90%로 올리기로 한 로드맵을 말한다. 현 정부는 출범 1년 차인 2022년 현실화 로드맵을 중단해 지난해와 올해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올해 3월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현실화 계획 폐지를 밝힌 데 이어 이번에 구체적인 폐지 이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인위적인 시세반영률 인상 계획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아 집값 변동과 상관없는 무리한 보유세 인상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90% 현실화율 도달 기간이 짧아 연평균 인상 폭이 큰 고가주택이 혜택을 많이 본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연평균 현실화율 인상 폭이 시세 9억원 미만은 2.19%포인트고, 15억원 이상에선 2.94%포인트다. 국토부가 올해 시세 변동률을 지난해와 같은 1.52%로 보고 모의 계산해봤다. 현실화 계획대로라면 시세 9억원 미만 3.71%(1.52%+2.19%), 15억원 이상 4.46%(1.52%+2.94%)인 내년 공시가격 상승률이 모두 1.52%로 내려간다. 올해 공시가격 4억800만원(시세 6억원)과 15억600만원(시세 20억원)의 내년 현실화 인상분이 각각 900만원, 4300만원이다. 인상분 제거에 따른 보유세 감면액은 각각 1만5000원(현실화 계획을 반영한 세금의 3.1%), 22만원(5%)이다.
정부는 관련 법을 가을에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현실화 계획은 정부가 임의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문 정부가 법에 못 박은 내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1월부터 내년도 공시가격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법 개정 여부가 정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계속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 20억 1주택 종부세 절반 ‘뚝’
현 정부에서 한차례 이뤄진 종부세 완화가 추가로 추진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1주택자 공제금액을 12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하고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해 세율을 더 높인 중과세율을 폐지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송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들로 인해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종부세 납부 부담이 평범한 중산층에게까지 전가되면서 이미 최초 입법 취지가 무색해져 버렸다”고 말했다.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주택자 공제금액 상향과 다주택자 중과 제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정부가 못다 이룬 종부세 대폭 완화의 바통을 여당이 이어받은 모양새다. 정부는 2022년 공제금액 상향(1주택자 11억→12억원, 다주택자 6억→9억원), 다주택자 중과 폐지, 기본세율 인하(0.6~3%→0.5~2.7%), 다주택자 세 부담 상한 하향조정(300%→150%)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제금액 상향, 세율 인하, 세 부담 상한 조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다주택자 중과는 ‘7부 능선’만 넘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와, 3주택 이상 소유자 중 공시가격 합계금액이 29억원 이하만 중과가 폐지됐다.
여당은 다주택자 중과 완전 폐지를 목표로 1주택자 공제 확대를 야당에 당근으로 제시한 셈이다. 야당 내 일부 종부세 완화 기류를 염두에 둔 것이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1주택자 공제금액이 15억원으로 올라가면 공시가격 15억원까지 종부세(최고 69만원)가 없어진다. 공시가격 20억원 종부세는 228만원에서 115만원으로 반토막 난다. 소유 주택의 공시가격 총액이 똑같이 40억원인 1주택자와 3주택자는 공제 확대와 중과 폐지로 각각 240만원과 550만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를 납부한 1주택자 11만 명 중 공시가격 15억원 이하가 5만 명 정도다. 공시가격 총액이 29억원이 넘어 중과 적용을 받은 3주택 이상 소유자는 2600명이다.
10억 주택 증여세 총 4000만원 줄어
정부는 7월 발표한 내년도 세법개정안에서 밝힌 대로 증여세를 완화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2일 발의했다. 과세표준(증여액-공제금액) 구간과 세율을 조정한다. 이번 완화안으로 줄어드는 세금이 많지 않지만 올해 도입된 혼인·출산 공제 신설과 합치면 세금이 확 줄어든다. 혼인·출산 공제는 각각 1억원까지, 합쳐서 최대 1억원이다. 현금만이 아니라 부동산 증여에도 적용된다.
10억원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증여세가 지난해 2억1825만원에서 올해 혼인·출산 공제를 받으면 1억8915만원으로 2910만원 줄어든다. 이번 완화로 다시 970만원 감소하면서 지난해보다 세 부담이 3880만원 감소한다.
이우진 세무사는 “혼인 공제는 혼인 전·후 2년 이내에, 출산 공제는 출산(입양 포함) 후 2년까지 적용된다”며 “자녀 증여 시점을 혼인이나 출산 전·후로 잡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보유세의 공시가격 현실화 거품이 사라지고 종부세와 증여세 부담이 더 가벼워질지, 올가을 국회에 달렸다.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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