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계부채 문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2024. 9. 2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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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 들어 수도권 집값 급등과 가계빚 부담이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 다행히 9월부터 규제 강화 효과가 가시화되며 추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으나 향후 지속 가능성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긴축 기조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 큰 변수다. 원화 약세 부담을 덜게 된 한국은행도 이제 국내 이슈에만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어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한 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이제 정부와 한은은 긴축 종료 신호가 집값과 가계부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가라앉은 내수경기를 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책은 효력이 상충돼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신의 한 수는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 간 정교한 정책조합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한 긴밀한 소통과 일관된 시장 시그널이 중요하다. 민감한 정책 전환 시점에 걸러지지 않은 불협화음의 노정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당장 금리 인하가 추가적인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폭등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적절한 타이밍과 속도조절이 중요하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투기성 대출 통제가 선행돼야 한다.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완충자본 부과와 금융기관의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에 위험 가중치를 높이는 방식의 자본규제 강화는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은행 대출 조이기에 따른 제2금융권 대출로의 풍선효과 대책도 필요하다. 집값이 상승하고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기간에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 확산은 시장 과열의 신호이고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전 금융권을 망라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기반한 규제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

장기간 누적된 가계부채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가계부채 구조 구축을 통해 금융 불안의 반복과 성장잠재력 훼손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첫째, 국내 가계부채 수준이 경제 전반의 성장잠재력을 구조적으로 갉아먹고 있다는 공감대 형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가계대출 총량을 경제 규모(명목GDP) 대비 일정 범위(IMF와 한은은 80% 수준) 안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일관된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 성장잠재력이 기조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과잉 가계부채가 미래성장 여력을 추가로 훼손하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되며, 수출 주도의 외끌이 성장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

둘째는 부동산금융 부문의 관리 강화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수급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동산 시장이 경기조절 수단으로 활용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한다. 가계대출뿐 아니라 기업대출의 건설·부동산 부문 쏠림도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대출이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 부문으로 재차 유입되지 않고 혁신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비은행 부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한도 규제와 시행사의 자본규제 강화를 통해 부동산 개발 사업의 안정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셋째는 갚을 수 있는 능력 범위 내 대출 관행 정착이다. 모든 차주가 갚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금을 운용한다면 과잉 부채로 인한 가계파산 가능성이 낮아지고, 건전한 소비활동으로 경제 활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예외대출 범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면서 개별 차주의 상환 부담을 과소평가하고 과잉 대출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외인 전세보증금과 정책 모기지 등 모든 부채를 DSR 산정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가계의 과잉 대출을 막고 진정한 의미의 상환 능력 범위 내 대출 원칙을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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