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빅컷과 금융안정 리스크

2024. 9. 24. 00:3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빅컷(0.5% 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했다.

경기침체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차원의 보험성 금리 인하 성격도 빅컷을 단행한 중요한 배경으로 꼽을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당장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

앞서 미국은 신용위험을 막기 위해 빅컷을 단행했지만 한국은 역설적으로 신용위험, 즉 금융안정 유지 차원에서 금리 동결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빅컷(0.5% 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했다. 경기침체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차원의 보험성 금리 인하 성격도 빅컷을 단행한 중요한 배경으로 꼽을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당장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공격적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각종 불확실성 리스크로 인해 경기침체를 맞이할 위험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금리 장기화 현상이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채 부담이다. 미국의 소비자 부채 규모는 이미 17조 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 중 신용카드 부채는 올해 2분기 1조1400억 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신용카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9.1%까지 상승하면서 2011년 1분기(9.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예외주의가 등장할 정도로 경제가 탄탄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과거 침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경기침체는 신용위기와 동반되는 경향이 높다. 물가 압력 및 고용시장 둔화 등 빅컷을 단행할 명분도 충분하지만 연준 입장에서 신용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빅컷이라는 깜짝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미 연준은 앞으로도 신용위험발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빅컷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인 중립금리 수준까지 빠른 속도로 인하를 이어갈 개연성이 크다. 물가라는 변수가 있지만 연준의 금리정책 유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공격적인 행보는 한국은행 금리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미 연준의 금리정책에 편승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홀로 정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한국 경제 상황은 미국보다 양호하지 못하다.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를 기록한 데 이어 침체 논란이 있지만 올해에도 2%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1.4%를 기록한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2.4%(한은 전망치) 수준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전망마저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역시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빅컷을 단행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금융안정 리스크가 한국 금리정책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신용위험을 막기 위해 빅컷을 단행했지만 한국은 역설적으로 신용위험, 즉 금융안정 유지 차원에서 금리 동결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약한 경기 회복세에도 금리 인하 기대감에 편승한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면서 금융안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금융 당국이 강력한 대출규제 등에 나섰지만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자칫 한은이 10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정책 엇박자로 금융불안이 증폭될 위험이 잠재해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 등으로 한국과 미국 등 글로벌 증시 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는 배경에도 국내 경기 우려와 함께 정책 불확실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연준의 빅컷이 미국 등 주요국 경제, 금융시장 및 금리정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예외인 듯하다. 정부와 한은이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와 통화정책 간 현명한 정책 조합(Policy Mix)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