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수 부진에 수출마저 꺾일 수 있다는 외국은행들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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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에도 반도체 산업을 주축으로 한 양호한 수출 증가세로 간신히 버텨왔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하해 한·미 간 금리 차가 좁아지면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우리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리자니 수출이 걱정되는 딜레마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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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에도 반도체 산업을 주축으로 한 양호한 수출 증가세로 간신히 버텨왔다. 그런데 시티, HSBC, 노무라 등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IB)이 수출 증가세마저 조만간 정점을 찍고 둔화하는 ‘피크 아웃’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0월 4.9% 플러스로 전환한 후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증가했으나 둔화가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의 수출 증가세에 작용해온 기저효과마저 약화하거나 소멸할 것이라는 게 이들 IB의 뼈아픈 지적이다.
수출에 발목을 잡은 요인으로 한국의 수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의 경기 위축이 자리 잡고 있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 위축으로 고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경기후퇴를 우려하게 됐다. 한국의 수출과 연관성이 높은 글로벌 제조업 구매자 관리지수(PMI)는 최근 두 달 연속 기준치(50)를 하회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 당국인 한국은행은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추종해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할지 고민거리가 추가됐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하해 한·미 간 금리 차가 좁아지면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우리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기준금리 정책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우리나라로선 금리 인하를 안 할 수도 없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리자니 수출이 걱정되는 딜레마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정부가 어제 4분기에 예정됐던 전기요금 인상을 전격 보류시킨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경기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는 고육책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런 미시정책에 그치지 말고 주요국의 경기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단계별 거시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은과의 긴밀한 공조는 필수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진짜 위기 때 대처능력 발휘보다 중요한 게 위기 신호가 왔을 때 만반의 대비를 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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