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탈 많은 교육감 선거에 정당공천제 도입하자

2024. 9. 2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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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선진사회만들기 공동대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가 다음 달 16일 치러진다. 전교조 해직 교사를 부당 채용해 기소된 조희연씨가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돼 교육감직을 상실한 데 따른 것이다.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출마한 다수 후보들끼리 단일화가 진행 중이다.

교육감은 1992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했으나 2006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이후 직선으로 바뀌었다. 교육감 선거는 현행법상 정당 공천이 허용되지 않다 보니 후보 단일화가 당락을 좌우한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경우 매번 보수 후보는 난립해 표가 분산됐으나 진보 후보는 단일화해 어부지리로 당선된 전례가 많다.

「 ‘과거 1년 정당인’ 출마할 수 없어
후보 난립과 단일화 부작용 심각
세계적 유례 없어 속히 개정해야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외벽에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안내 현수막이 게시되고 있다. 뉴스1

예컨대 2022년 6월 교육감 선거 당시 보수 성향의 조전혁·박선영·조영달 후보는 합계 53%를 득표했지만, 표가 분산됐다. 결국 진보 성향의 조희연 후보가 38%라는 낮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다수 국민은 보수 성향의 교육감을 원하는데 불합리한 선거 제도 때문에 진보 교육감이 선출된 것이다. 이는 대의정치 정신에 어긋난다. 이런 전례가 많다 보니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보수든 진보든 선거 때만 되면 후보 단일화를 놓고 한바탕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벌어진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처럼 교육감 선거도 정당 공천제를 도입하면 구차한 단일화 노력이 필요 없어진다.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는 왜 정당공천을 허용하지 않는가. 정당 공천 금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타당성도 없고 현실성도 없다. 말 그대로 엉터리 제도다.

정당인은 교육감이 될 수 없다는 법 조항은 얼핏 보면 그럴듯하다.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교육이 정치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현행 교육감 선거 제도는 이 조항을 교육감은 정당인이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한 것 같다. 하지만 교육 정책에 가장 영향력이 큰 대통령, 교육부 장관, 국회의원은 모두 정당인이다. 게다가 시·도 교육정책에 관한 각종 조례와 예산을 담당하는 광역의원도 모두 정당인이다. 교육 정책에 관한 중요 인사가 모두 정당인인데 굳이 교육감만 정당인은 안 된다는 논리는 무엇인가.

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통합돼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도 책임지는 구조다. 지자체장은 당연히 정당인이다. 일본·영국·독일과 북유럽 국가는 모두 지자체장이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미국도 대부분의 주는 지자체장이 교육을 책임진다.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의 임명으로 선출된 데이비드 뱅크스 뉴욕시 교육감의 모습. 미국은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지자체장의 임명으로 교육감이 선출되며, 직선제인 지역도 점차 행정과 교육이 통합되는 추세이다. AP=연합뉴스


평소 유권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교육전문가가 정당 지원 없이 개인적으로 시·도 범위의 광역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무리이고, 부작용이 따른다. 경기도의 경우 인구 1360만 명에 국회의원 선거구(지역구)만 60곳이다. 과거 수많은 교육감이 불법 선거와 선거자금 조달 과정의 비리로 임기를 못 마친 전례가 있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통합해 지자체가 교육도 함께 책임지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 현재 한국은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엄격하게 분리돼 있다 보니 지자체장이 교육에 예산 지원은 할 수 있지만, 모든 권한과 책임은 교육감이 행사한다.

주민의 최대 관심사는 교육인데, 지자체는 책임이 없다. 단체장 입장에서 교육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자치가 제대로 되려면 재원 조달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지자체장 도움이 없으면 교육감의 사업 추진이 어렵다. 과거에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무상급식 재원 부담을 놓고 갈등한 것이 좋은 사례다.

대안으로 교육감은 교육 전문가 중에서 광역 지자체장이 광역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거나, 시·도 지사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교육감의 정당 공천을 불허한 제도 자체가 엉터리라는 지적은 잘 안 보인다.

2026년에 교육감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그때도 단일화 타령만 할 것인가. 교육감 선거제도 개혁은 지금 당장 추진해도 이르지 않다. 지방교육자치법 24조의 ‘교육감 후보는 과거 1년 동안 정당인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항만 삭제하면 부질없는 단일화 노력을 안 해도 된다. 매번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우리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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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선진사회만들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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