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블랙리스트=표현의 자유”… 대화 가로막는 의협의 궤변

2024. 9. 2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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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의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정부는 줄기차게 의·정 대화를 촉구했고, 정치권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한목소리를 냈으며, 의료계 역시 불가능한 전제조건(내년 의대 증원 백지화)을 달긴 하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원칙에 긍정적 반응을 보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이 의료계 중론을 모아 진지한 대화에 나서기란 불가능하고, 이런 조직만 바라봐서는 여야의정 대화의 시작을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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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의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정부는 줄기차게 의·정 대화를 촉구했고, 정치권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한목소리를 냈으며, 의료계 역시 불가능한 전제조건(내년 의대 증원 백지화)을 달긴 하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원칙에 긍정적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런데, 그 대화를 누구와 할 것인가. 아주 실무적인 문제의 답이 보이지 않는다. 전공의 단체는 변죽만 울릴 뿐 드러누운 기조를 고수하고, 의대 교수 단체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지만 대표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를 대표해온 것은 줄곧 대한의사협회(의협)였다. 의·정 협의 테이블에 도맡아 앉던 이 단체가 과연 지금도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상식 이하의 궤변을 남발하는 탓에 의료계 구심점 지위를 갈수록 잃어가면서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 돼버렸다.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을 ‘부역자’로 낙인찍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응급실 근무자 명단을 공개해 신상 털기와 조리돌림의 대상으로 삼은 전공의가 구속되자, 의협은 그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며 궤변을 쏟아냈다. 그 전공의의 블랙리스트를 “표현의 자유”라 포장하며, 반인권 범죄인 스토킹 혐의로 구속된 것을 거꾸로 “인권 유린”이라 주장했다. 응급실 근무를 방해해 많은 환자를 위험에 빠뜨린 행태를 “의협 회원 개인 간의 문제”로 격하시키면서, 노환규 전 의협 회장조차 “마녀사냥 행위”라 비난한 블랙리스트 작성 전공의를 임현택 현 의협 회장은 “정부 정책의 피해자”라고 옹호했다. 이 정도면 조직 생리에 매몰돼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집단 이기주의 사고방식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의협의 억지 주장에 보조를 맞추듯 의료계에선 구속된 이에게 “돈벼락을 맞게 하자”며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의식 수준의 단체가 의료계를 대표해도 되는지, 정책 협의의 주체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지금의 의협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신뢰성과 대표성을 상실했다. 전공의 단체 대표조차 “임 회장을 끌어내리자”며 강한 불신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이 의료계 중론을 모아 진지한 대화에 나서기란 불가능하고, 이런 조직만 바라봐서는 여야의정 대화의 시작을 기약할 수 없다. 의료계에 난맥상을 타개할 의지가 있다면 의협의 쇄신과 성찰에 먼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사태를 해결할 대화의 준비조차 안 돼 있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몽니를 부리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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