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TV토론이 성사되지 않는 이유

강태화 2024. 9. 2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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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화 워싱턴 특파원

70인치 TV의 가로 길이는 158㎝, 세로는 88㎝다. 스마트폰 화면은 더 작다. 지난 10일 6710만 명의 미국의 유권자들은 이 작은 화면을 다시 좌우로 나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함께 띄운 포맷의 TV토론을 봤다.

트럼프는 해리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무시 전략으로 읽혔다. 반면 해리스는 내내 트럼프를 응시하며 집요한 추궁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방송된 화면은 트럼프를 향해 호통치는 해리스와, 정면만 응시한 채 호통을 듣는 트럼프의 모습이 됐다. 그리고 토론 직후 유권자의 63%는 해리스가, 37%는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화면이 분할돼 방송된 TV 토론을 지켜보는 미국의 유권자들. [AP=연합뉴스]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 장면은 달랐다. 당시엔 바이든을 향해 ‘실정’을 지적한 트럼프와, 혼이 나는 학생처럼 고개를 숙인 채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 바이든이 좌우로 분할돼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결과는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유권자들은 토론의 내용 못지않게 영상과 이미지에 주목한다. 1960년대 존 F 케네디가 작은 흑백 브라운관 TV에서도 증명한 정치학의 고전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토론은 바이든의 후보 사퇴로 이어진 6월과는 달리 해리스의 극적인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웬디 쉴러 브라운대 교수는 “대선이 임박하면서 토론의 영향력이 부동층에 대한 확장보다는 기존 지지자에게 확신 또는 실망을 주는 정도로 축소됐다”며 “해리스가 트럼프의 평정심을 잃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도록 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시다 스코치폴 하버드대 교수는 처음부터 “두 사람의 추가 TV토론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의 ‘고령 논란’은 민주당 지지자가 지지를 철회하게 만들 수 있는 이슈였던 반면, ‘해리스는 급진 좌파’라거나 ‘트럼프는 이상하다(weird)’는 프레임으로는 ‘집토끼’들의 지지를 철회하도록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괜한 부담을 지고 실효성 없는 토론을 할 이유가 적다는 설명이었다.

남은 기간엔 본격적인 진흙탕 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이미 거짓말도 불사한 주장을 편다. 아직 미래를 내세우는 해리스 역시 끝까지 이 기조를 유지할지 미지수다.

토머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교수는 “미국이 계속 ‘자유와 민주주의의 등불’로 남을 수 있을지를 결정할 위험한 선거”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극단적 양극화가 장기화할 거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절반으로 분할된 TV토론 화면처럼 말이다.

강태화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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