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의 아트&디자인] PST아트, 게티 재단이 주도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

이은주 2024. 9. 24. 00: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지금 미국 LA에 자리한 캘리포니아 아프리칸 아메리칸뮤지엄(이하 CAAM)에서 ‘끝없는 세계:조지 워싱턴 카버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땅콩 박사’로 유명한 조지 워싱턴 카버(1860년대~1943년)를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카버는 흑인 최초로 아이오와 농과대(현 아이오와 주립대) 식물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땅콩 연구와 교육으로 미국 남부의 경제를 성장시킨 인물입니다.

카버는 생전에 그림을 즐겨 그렸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전시는 카버가 남긴 노트와 드로잉, 사진 등 자료와 함께 카버의 영향을 받은 현대 여러 예술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합니다. 아카이브와 작품을 섞어 과학자이자 예술가인 인물을 조명하는 좀 특이한 전시입니다.

하나 워드(Hana Ward), ‘가능성의 개척자’, 2023, 캔버스에 유채. 촬영 Deen Babakhyi. [사진 CAAM]

또 다른 인물을 조명하는 전시도 있습니다. LA 시립미술관의 ‘베아트리즈 다 코스타(1974~2012년):(비)학문적 전술’ 전입니다. 다 코스타는 캘리포니아의 대기 오염 데이터를 추적하기 위해 엔지니어, 과학자와 협력해 비둘기에 센서 백팩을 장착해 날려 보내는 ‘비둘기 블로그(Pigeon Blog)’ 프로젝트를 수행한 인물입니다. 그는 2003년 UC 어바인의 혁신적인 학제 간 프로그램 ‘예술, 계산, 엔지니어링(ACE)’의 창립 멤버였지만, 암과 투병 끝에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많은 프로젝트가 미완성으로 남았으니 세상이 그를 잊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런데 전시는 다양한 자료를 보여주며 그가 수행했던 워크숍과 비판적 글쓰기, 대중과의 소통 등의 주제를 같이 생각해보자고 제안합니다.

베아트리즈 다 코스를 조명하는 전시에 출품된 'PigeonBlog (2006–2008) 자료 사진.[사진 LACE]

지금 LA와 샌디에이고 등지에선 위의 두 전시를 포함해 약 70군데에서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게티 재단이 약 270억원을 지원하며 주도한 미술 축제 ‘PST아트’입니다(중앙일보 23일자 18면 보도). 주제가 ‘예술과 과학의 충돌’이어서 칼텍(캘리포니아 공대)도 가담했습니다. 전시를 위해 리처드 파인만, 아인슈타인 관련 기록물 등 대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오래된 자료를 끄집어내고, ‘우주’를 주제로 한 현대 예술 작품을 배치했습니다.

게티 재단은 석유 부호이자 미술품 수집광인 J 폴 게티(1892~1976년)가 남긴 유산으로 설립된 곳입니다. LA 대표 명소인 게티 센터와 빌라, 미술연구소 등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PST아트를 주도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앤 와인스틴 게티 재단 디렉터는 “LA 예술가들의 아카이브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앞서 두 번 열린 PST도 지역의 미술사를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PST아트 역시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또 사용해야 현대 미술이 발전한다는 믿음으로 추진된 일입니다. 덕분에 큐레이터들이 꿈꾸면서도 쉽게 엄두 내지 못했던 다양한 전시가 빛을 보았습니다. LA 미술의 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