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마켓 나우] M&A 시장이 가스업체들로 북적이는 이유

2024. 9. 2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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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지난 9월 13일,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SK스페셜티라는 두 대형 가스 관련 기업의 경영권 매각 거래를 위한 예비 입찰이 있었다. 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 등 국내 대형 사모펀드는 물론, KKR·브룩필드·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펀드도 대거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효성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특수가스 사업부의 매각도 진행 중인데, 최근 국내 사모펀드인 IMM과 스틱의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가스 관련 기업들은 국내 M&A 시장의 단골 매물이었다. 2019년 IMM의 린데코리아(현 에어퍼스트) 인수, 2020년 맥쿼리의 대성산업가스(현 DIG에어가스) 인수, 지난해 SG PE의 한국특수가스 인수와 블랙록의 에어퍼스트 지분 일부 인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중 한국특수가스를 제외하면 모두 거래금액 1조원 이상의 초대형 M&A였는데, 대부분의 거래에 사모펀드들이 관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에어프로덕츠·DIG에어가스·에어퍼스트 등은 ‘산업가스’ 분야로, SK스페셜티·효성 특수가스 사업부는 ‘특수가스’ 분야로 분류된다. 산업가스는 대규모 제조 업체들을 대상으로 장기 계약을 통해 산소·질소·수소·이산화탄소·아르곤 등을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한다. 특수가스는 중단기 계약에 기반하여 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공장에 삼불화질소(NF3) 등 고순도·고정밀도 가스를 실린더나 탱크를 통해 공급한다.

이러한 특성상, 산업가스는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사업이라는 장점이, 특수가스는 첨단 산업 분야의 성장성이라는 장점이 매우 명확하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자회사였던 에어프로덕츠나 린데코리아의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의 특정 고객사를 위한 특정 가스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와 시너지가 제한적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에도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시너지가 거의 없다.

이처럼 전략적인 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주력 산업 분야에 재투자하거나 혹은 재무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팔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전제에는 매력적인 가격으로 매각이 가능한 시장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업의 특성상 큰 매매차익을 거두기 어렵지만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지 않아, 사모펀드들이 과감하게 베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른바 ‘딜 가뭄’을 겪고 있는 사모펀드들의 입장에서는, 가스 관련 기업들을 이른바 ‘인프라성’ 투자의 좋은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재활용이나 환경 관련 기업들의 M&A가 활발해지는 이유 역시 맥락이 비슷하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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