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의 행복한 북카페] 인생이라는 큰 과녁을 위한 빈둥거림
추석 연휴에 목요일과 금요일을 붙여 주말까지 푹 쉬었다. 모처럼 게으름을 부리는 나날이 이어지자 저절로 손이 가는 책이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이다. 『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알려진 루이스 스티븐슨은 자신의 소설처럼 모순으로 가득한 인생을 살았다. 변호사 자격증을 땄지만, 법정에 서지 않은 채 예술가들과 어울렸고, 평생 천식을 앓는 병자였지만 자기 폐에 맞는 기후를 찾아 모험가로 살았다. 마흔넷의 짧은 삶을 살면서 늘 죽음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이 산문집에는 안티 자기계발서 같은 금언들이 넘쳐난다. 어떤 책은 첫 줄부터 밑줄을 치기 위해 연필을 찾게 되는데, 이 책이 그렇다.
“빈둥거리다 보면 지칩니다.” “그건 다들 바빠서 우리에게 동무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 모두가 빈둥거리면 지치지 않을 겁니다. 서로가 서로를 즐겁게 해줄 테니까요.”
물론 이때의 빈둥거림은 숏폼이란 흘러가는 개울에 발을 담근 채 도파민의 물결에 휩쓸리는 것과 같은 ‘죽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의무에도 사로잡히지 않은 채 호기심을 느끼며 세상 속에 스며드는 자유에 가깝다. 작가는 선언한다. “의심할 바 없이 젊은이는 다분히 게을러야 한다”고. 이런 상태에서 발견하는 것은 자신의 행복, 행복한 자로서 주변에 드리우는 밝은 빛이다. “인간이 자기 일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지속적 헌신은 다른 것들을 지속적으로 소홀히 해야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으름에 대한 옹호는 현대사회에서 미덕으로 간주되는 부지런함에 대해 공격으로 이어진다. “극도의 분주함은 활력 결핍을 드러내는 증상이다. (…) 우리 주위에는 죽은 거나 다름없는 진부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습관적인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살아있음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빈둥거림을 멈추고 일어나게 만들기도 한다. 스티븐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좀 더 의욕적으로 빈둥거리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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