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 비싸니 집밥”…온라인 식품 매출 연 50조
불황 먹고 크는 신선식품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58)씨는 지난 20일 쿠팡으로 스테이크용 부챗살 소고기를 주문했다. ‘주말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자녀의 말에 집에서 스테이크를 굽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외식하면 비싸니 내가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라며 “코로나 유행 때 온라인으로 고기를 사보니 괜찮아서 지금도 종종 주문한다”라고 했다.
가공식품부터 신선 식품까지 온라인 식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외식 물가가 오르자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온·오프라인 유통 업계는 장 보는 고객을 잡기 위해 신선 식품 경쟁에 나서고 있다.
23일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1~7월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27조7896억원으로 전년 동기(22조7879억원) 대비 약 2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같은 기간 거래액 중 최대치다. 가공식품 위주의 음식료품 거래액은 19조4749억원(+15.4%),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23.8% 늘어난 7조3147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 온라인 식품 거래액이 사상 최초로 5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식품 판매는 오프라인 유통망에서도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1·2분기 백화점 3사의 전년 동기 대비 식품 매출 증가율은 각각 7.1%, 3.5%로 같은 기간 비식품 매출 증가율(5.0%, 0.1%)을 앞질렀다. 대형마트 3사는 비식품 매출이 1분기(-4.9%)와 2분기(-9.2%) 연달아 역성장했지만, 식품 부문 매출 증가율이 8.2%, 0.8%에 달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내수 성장과 함께 수출 호조까지 겹치며 식품 업계는 상반기 좋은 실적을 냈다.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부문에서 매출 5조5366억원(전년 상반기 대비 +0.8%), 영업이익 3204억원(+15.8%)을 기록했다. 2조 원대 매출을 낸 동원F&B(2조1806억원)와 대상(2조987억원)은 각각 지난해 상반기보다 2.2%, 5.3% 성장했다. 롯데웰푸드는 매출(1조9952억원)이 전년 대비 감소(-0.2%)했지만, 영업이익은 49.8% 증가한 1006억원을 기록했다.
온·오프라인 유통 업계는 먹거리 고객을 잡기 위해 신선 식품 경쟁 중이다. 쿠팡이 먼저 불을 댕겼다. 지난달 25일 쿠팡이 산지 직송 생물 꽃게를 100g당 89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자 나흘 뒤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꽃게 100g당 가격을 각각 893→871원, 950→864원으로 내리며 할인 경쟁이 뜨거워졌다. 이커머스 업체가 공산품이 아닌 신선 식품으로 마트와 가격 경쟁을 주도할 만큼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소비자를 붙드는 데 신선 식품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커머스인 SSG닷컴과 11번가도 산지 직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12월 신선 식품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신선직송관’을 열었다. 11번가도 지난해 2월 신선 식품 직배송 서비스 ‘신선밥상’을 시작한 이후 올 2~8월 거래액이 전년 대비 약 2배 늘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당일 수확한 식품을 당일 판매하는 ‘초신선식품’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강남점 등 3개 지점에서 ‘오늘 낳은 란(오늘란)’을 판매하고, 현대백화점은 딸기 수확 철에 당일 새벽 수확한 딸기를 당일에 파는 ‘새벽 딸기’ 행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의 신선 식품 경쟁이 이제 막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가격 경쟁력은 물론, 신선도 유지 능력, 상품 기획력 등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업체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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